-
한국거래소가 원자재 통화금리 변동성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ETN)을 상장한 지 4년차를 맞아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 투자자들의 인지도 올리기에 업계가 고심 중이다.
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상장돼 있는 ETN 종목의 자산 총액이 3조9735조원이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 중에만 23개 종목이 신규 상장돼 6월말 기준 155종목으로 늘어났다. 발행사도 지난 5월 대신증권이 신규 진입하며 총 7곳의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ETN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는 생각보다 불이 붙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일평균 ETN 거래대금은 22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0% 줄었다.
현재 ETN 시장의 거래대금 비중은 유동성공급자(LP)가 46.2%로 가장 높다. LP 보유량은 대부분 ETN을 발행한 증권사가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발행사들이 상장 ETN의 절반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 거래대금도 38.8%로 전년 대비 7.7%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거래소는 안정적 투자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수요를 끌기 위해 지난 3월 ‘손실제한 ETN’을 신규 도입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미미한 수준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후 손실제한 ETN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판매 실적도 일부 상위사에 집중돼 있는 것 또한 한계로 꼽힌다. 현재 ETN 시장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대표 상품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을 앞세워 시장점유율 6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해당 상품의 판매잔고액은 9일 기준 539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신한금투를 제외한 타 증권사의 ETN 상품 실적은 아직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 따르면 ETN 상품 중 1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린 상품이 시장 전체에서 20여개인데 이 중 신한금융투자 상품이 절반을 차지하는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타 투자상품 대비 낮은 보수로 인해 증권사들이 영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TN과 자주 비교되는 ETF(상장지수펀드)의 경우 운용보수와 함께 기초자산 매매 비용도 투자자가 지불하는 반면 ETN은 기초자산 매매 비용을 증권사에서 부담한다.
그러나 증권사의 수익성 문제만이 낮은 ETN 거래량의 원인은 아니라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그보다는 상장 초기인데다 원유, 곡물 등의 원자재 선물에 투자한다는 방식이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낯설다는 인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윤채성 신한금융투자 에쿼티파생부 팀장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액티브펀드 시장보다는 패시브펀드로 거래량이 옮겨지고 있는 동향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자산을 운용하는 펀드의 경우 환매에만 2주가 소요되는데다 가격대 체결도 불투명한 단점이 있으나 ETN의 경우 장내 거래가 가능해 환금성이 좋으며 인버스, 레버리지 등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등의 이점을 투자자들이 점차 체감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또 “아직까지는 시장에서 유의미하게 거래량, 매출이 동반하는 모습을 보이는 판매사가 적으나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꾸준히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TF에 비해 늦은 출범 시기에 개인투자자들의 인지도가 낮아서 아직 시장 퍼센테이지가 적은 상태”라며 “올해부터는 ETN의 대중 마케팅에 초점을 맞춰 ETF 이상의 인지도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올 들어 거래소는 ETF와 같이 ETN 마스코트 및 애칭 등을 일반인 공모를 통해 선정, 버스‧지하철 등 대중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ETF와 마찬가지로 연내 ETN 공식 홈페이지 및 블로그 포스팅 등 온라인 홍보 방식을 내부적으로 정하고 전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