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훈풍'에 올 들어 대형사들 발행성적 "好好好"하반기 1.5조원 만기도래… "건설회사채 바로미터"
  • ▲ 서울 서초구 소재 롯데건설 본사.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소재 롯데건설 본사. ⓒ연합뉴스


    롯데건설이 2년여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신규주택 분양시장 호황에 따라 앞서 발행한 대형건설사 회사채들이 흥행했던 만큼 성공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최근 발표된 '실수요 보호와 단기투자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8·2대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점쳐지고 있어 건설업종 전반에 대한 분위기 반전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오는 29일 5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조달 규모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랜치는 2년 단일물로 구성하는 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수요예측은 오는 22일께 실시된다. 현재 한화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아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실무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건설은 이번 조달자금을 차환용도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은 지난 8일 만기도래한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내부 보유현금으로 상환했고,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이를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후행적 차환인 셈이다.

    롯데건설의 공모채 발행은 2015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3년물짜리 13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공모액의 1.5배 수준인 1850억원의 청약자금을 확보했다. 당시 A등급 건설회사채의 높은 금리에다 가산금리까지 제시하면서 고금리를 노린 투자자들을 간신히 끌어 모았다는 평을 들었다.

    이후 롯데건설은 공모채보다는 사모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집중했다. 지난해 400억원, 올 들어 1300억원 등을 발행했고, 일부 차환자금은 내부현금을 활용했다. 일부 건설사를 제외한 A등급 이하 대형사들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되면서 공모시장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2015년 역대 최대 규모 신규주택 분양이 이뤄지는 등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고 부실 해외사업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영업성적과 재무성과가 이어지면서 대형사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앞서 대림산업(5월·2000억원)과 현대산업개발(7월·1900억원)은 공모액의 다섯 배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하면서 증액발행까지 성공시켰으며 SK건설(4월·1900억원) 역시 대규모 자금을 끌어 모았다.

    A투자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올 들어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 성적이 나쁘지 않을뿐더러 A등급 이하 기업들도 잇달아 투자수요 확보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 롯데건설의 공모채 시장 복귀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며 "발행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2년물로만 만기를 정한 만큼 투자자 확보는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회사채 발행은 건설업종에 대한 기관들의 투자심리를 확인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올 하반기 롯데건설 외에도 △삼성물산(AA+) △현대건설(AA-) △SK건설(A-) △GS건설(A-) △대우건설(A-) 등의 대형사들이 회사채 조달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내 주요 대형사들의 만기도래 회사채가 1조5000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거론되지 않은 건설사들까지 조달에 나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B증권 채권분석팀 연구원은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과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는 기관투자자들이 꽤 있다. 청약 규모나 금리 등에서 과거만큼의 투자자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건설 회사채에 대한 시각이 일정 부분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 정도로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장기물은 아직 힘들지만, 단기물은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의 회사채 발행이 성공하더라도 건설업 전체로 확산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8·2대책으로 국내 주택 부문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세금, 대출, 재건축·재개발, 청약 등에 대한 초고강도 대책인데다 추후 적용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양도소득세 강화 등을 감안하면 건설사들의 수익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종합부동산세, 보유세 등 규제가 추가로 더해질 경우 주택경기 냉각은 불 보듯 뻔 하다는 관측이다.

    C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의 실적을 부양했던 주택 분양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고 투자하고 싶어 한다"며 "일단 이번 대책의 파급효과 등을 감안해 건설 회사채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지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기존 등급을 유지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안정적인 계열공사 수주에 기반한 사업안정성 △주택 부문의 우수한 분양 성과에 기반한 수익성 개선 △차입금 및 우발채무 부담 감소 추세 등을 평정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1분기 별도 기준 롯데건설은 매출 1조1425억원, 영업이익 982억원의 영업성과를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8.59%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현대산업개발(14.1%), 포스코건설(8.9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우수한 주택분양 성과를 바탕으로 내부 창출 현금에 기반한 차입금 상환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차입금의존도는 45.4%로, 지난해 1분기 51.4%에 비해 5.97%p 줄어들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역시 주요 개발사업의 공정 진행에 따라 점진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