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 "SOC예산 축소… 복지·일자리 투자 확대"공공부문 환경악화→건설투자 위축→성장세 하락 우려지역균형발전·일자리창출 등에 역효과 있을 수도
  • ▲ 자료사진. 서울시내 한 재개발 현장. 기사내용과는 무관.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서울시내 한 재개발 현장. 기사내용과는 무관. ⓒ성재용 기자


    정부의 SOC예산이 복지와 일자리 투자에 밀려 확대는커녕 제자리 걸음마저 힘들어졌다. 연이은 규제로 부정적 기류가 현실화되고 있는 국내 주택경기와 불투명한 해외건설 수주여건에 남은 숨통까지 막힐 처지에 놓이면서 건설업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SOC예산 등 물적투자는 축소하고 복지와 일자리 투자는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에 약 9조4000억원의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여러 추가적인 정책 수요를 감안해 11조원 이상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안건을 올리게 됐다"며 "불요불급하거나 성과가 미흡한 사업, 집행이 부진하거나 정책 전환이 필요한 사업 등은 대폭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78조원에 이르는 공약이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향후 5년간 60조원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SOC·산업·연구개발 등에서 7% 이상을, 복지·교육 등에서 5% 이상, 일반 행정에서 3% 이상 절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 공공부문 투자환경이 한층 더 악화될 전망이다.

    기재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SOC예산은 △2016년 23조7000억원 △2017년 21조8000억원 △2018년 20조3000억원 △2019년 19조3000억원 △2020년 18조5000억원 등으로 연 평균 6% 감소하도록 계획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제시한 내년도 SOC예산 요구액은 18조7000억원에 그쳐 국가재정운용계획 대비 7.8%인 1조6000억원이 감소했다.

    이에 건설협회 등 건설업계는 정부와 국회 등에 SOC예산 감축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가 또 다시 '칼질'을 예고한 만큼 '원상회복'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내년 예산 감축안이 확정될 경우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SOC예산은 △2009년 25조5000억원 △2011년 24조4000억원 △2013년 25조원 △2015년 26조1000억원 △2016년 23조7000억원, 올해 21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공공부문 투자환경이 건설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건설업 성장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보면 2분기 건설투자는 1분기에 비해 1% 증가하는데 그쳤다. 1분기 증가율 6.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토목공사 감소가 건설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2분기 토목공사 실적은 월별로 4월 16%, 5월 3.1%, 6월 9.6% 감소했다. 양호한 실적을 보인 건축 부문에도 불구하고 건설기성 위축으로 건설투자가 하락한 것이다.

    A건설 관계자는 "정부가 상반기 SOC예산 조기 집행한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낮았다"며 "토목쪽 하도급업체의 도산으로 이어지면서 공사 진행에서 손실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기업들의 체감경기 지표인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도 부진하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7월 CBSI는 35.4로, 6월에 비해 5.0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규공사 지수가 17.7p 하락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8월 전망치는 7월 실적치 대비 0.5p로 전망도 어둡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도 별반 다르지 않다. 6월 건설 기성액은 건축부문 증가세 둔화와 토목부문 부진으로 5월 15.1%보다 크게 낮은 6.5% 증가에 그쳤다. 건축부문이 전월 22.5%보다 낮은 17.8% 증가율을 기록한 가운데, 토목부문이 전월 -2.8%보다 감소폭이 확대된 -15.9%를 기록하면서 부진을 견인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저유가로 해외건설시장이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도 악재가 쌓이고 있어 건설사들이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내년 SOC예산이라도 정상 상태로 돌려놓아야 비로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OC 투자수요가 줄어서 SOC예산을 삭감하는 게 아니라 복지 예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감당하기 어렵게 된 것이라며 또 다른 공약인 지역균형발전 등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SOC 축소 기조는 예상해왔지만, 이렇게까지 급감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며 "새 정부 첫 해부터 이렇게 SOC 투자를 줄인다면 대통령이 약속한 지역개발 및 균형발전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건산연 보고서를 보면 전국 16개 시·도의 SOC예산은 2011~2015년 동안 총 12조600억원이 감소했다. 문제는 지역 SOC예산 감소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SOC예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서울(3조3000억원 감소)에서만 5년간 4만33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을 포함, 전국적으로 17만8000개의 고용이 감소했다.

    건산연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SOC예산 감소는 지역균형발전에 최대 악재"라며 "고용창출과 국민복지 증진,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해서라도 SOC 투자를 무조건 줄일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