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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3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수요자는 집값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섣불리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는 반면 매도자들은 8·2대책의 후속조치 등 정부의 정책 추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송파구도 다르지 않다. 특히, 가락삼익맨숀, 한양2차아파트 등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송파동의 매매거래도 끊긴 상태다. 8·2대책 발표 전까지 매달 호가를 갱신하며, 없어서 못사던 매물이었지만 투자자는 물론 실거주자도 관심을 돌렸다. 31일 송파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 일대를 직접 둘러보며 분위기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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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한풀 꺾인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송파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 인근으로 향했다. 평일 오후 시간대, 한양2차아파트 인근으로 개업공인중개소가 제법 길게 이어졌지만 상담 중인 중개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공인중개소는 문이 잠겨 있거나 불이 꺼져 있기도 했다.
송파동에 자리잡은 한양2차아파트와 가락삼익맨숀은 준공한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다. 인근 한양1차아파트와 미성맨숀도 비슷하다. 재건축 매물을 찾으려면 송파동으로 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건축 투자자들에게 송파동은 매력 넘치는 곳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등이 적용되지만 송파동 한양2차아파트와 가락삼익맨숀은 아직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매달 몸값이 치솟는 등 가치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8·2대책 이후 거래가 잠잠하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양2차아파트의 거래금액은 전용 84㎡ 기준 지난 2월 7억4000만원에서 지난달 최고 8억8000만원까지 뛰어 올랐다. 가락삼익맨션도 지난 2월 6억8000만원이던 전용 84㎡가 지난달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L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한양2차아파트의 경우, 84㎡의 경우 1~2건씩은 물량이 있는 편인데 요즘은 찾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이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에는 매매가 금지되지만 한양2차아파트는 이제 막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는 있다"며 "지난달 전용 84㎡가 8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8억6000만원까지 매매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8·2대책 이후 대형 평형 물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경우 다주택자가 많고, 집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대형 평형은 부담되기 때문에 먼저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양2차아파트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가락삼익맨숀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난 7월 재건축 사업승인을 통과한 가락삼익맨숀은 대로변에서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고, 지하철역과 거리가 있어 같은 평형의 한양2차아파트 매매가보다 조금 저렴하다.
최근 인터넷 매물정보에 가락삼익맨숀 8억짜리 전용 84㎡가 등장했지만 S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인터넷 매물정보는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매매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8억 매물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는 "인터넷 매물정보를 보고 전화를 걸어오면 해당 물건은 팔렸다면서 다른 매물을 추천하는 중개업자가 많다"며 "인근 공인중개소는 같은 매물을 공유하기 때문에 거짓 정보는 들통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E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가락삼익맨숀의 경우, 평형별로 2~3건의 매물이 나와있는 상태인데 찾는 사람이 없다. 8·2대책 이후 매매가가 조절되거나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면서 "조합설립인가 기간이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지켜보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L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취재 말미에 "재건축시장은 실거주자보다 투자수요 유입이 많은 곳"이라면서 "한양2차아파트의 경우, 전세를 끼고 매매 가능한 매물(갭투자)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