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사고에 불안감 팽배… 김현미 국토부 장관 안전강화 지시 무색
  • ▲ 동물과 부딪혀 열차운행이 중단된 SRT 내부모습.ⓒ연합뉴스
    ▲ 동물과 부딪혀 열차운행이 중단된 SRT 내부모습.ⓒ연합뉴스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예산안이 세워진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안전 관련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도안전 관련 예산은 여전히 부족해 소요 예산의 7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철도안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잦은 철도 사고와 관련해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철도안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어 국민 불안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4일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국토부 소관 업무 예산안은 39조8000억원이다. 올해 예산 41조3000억원보다 3.8%(1조6000억원) 줄었다.

    정부의 전체 예산안 대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0%나 감소했다. 보건·노동 등 내년 복지 예산은 12.9%로 가장 많이 늘어 대조를 보인다.

    국토부는 신규 SOC 예산은 대폭 줄었으나 상대적으로 안전 관련 예산은 늘었다고 강조했다.

    낡은 시설물 등을 고려해 내진보강, 위험도로 개선 등 안전사업 투자비는 올해 3조7084억원에서 내년 3조7880억원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도로부문에선 버스·화물차 등의 졸음운전으로 말미암은 대형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차로이탈경고장치 등 첨단안전장치 장착비 171억원을 지원한다.

    철도사고 예방을 위해 시설 유지·개량 투자 예산도 올해 7430억원에서 내년 8711억원으로 확대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도로 예산이 줄었는데 안전 관련 예산은 전체적으로 다소 늘었다"며 "(안전에) 중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 일각에선 여전히 안전 관련 예산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철도의 경우만 놓고 봐도 안전 관련 예산으로 연간 8000억원쯤이 필요하지만, 실제 반영분은 6000억원쯤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필요 예산의 75%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열차 차량 내 전기·신호설비 등이 낡으면 제때 부품 등을 교체해야 하는데 자칫 이런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 ▲ 날아든 쇳덩어리에 파손된 무궁화호 객실 유리.ⓒ연합뉴스
    ▲ 날아든 쇳덩어리에 파손된 무궁화호 객실 유리.ⓒ연합뉴스


    문제는 철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말인 지난 2일에도 서울 용산구 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서 용산역 방면으로 가던 열차에 공기 추진 압력이 떨어져 승객이 하차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11시20분께는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정차했던 열차에서 주회로가 차단되는 고장이 나 실내 전등이 2분쯤 꺼지는 사고가 났다. 비상 조처로 운행은 지장 없이 이뤄졌으나 사고 이후에도 전원 출력이 적정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3일에는 오후 8시7분께 경부고속선 김천구미∼영동 사이에서 수서역으로 향하던 SRT 열차가 동물과 부딪치면서 멈춰서는 운행사고가 났다. 열차는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조치가 완료됐다.

    이에 앞서 지난 7월30일에는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에 가로·세로 20㎝, 두께 4㎝, 무게 10㎏쯤의 쇳덩어리 1개가 날아 들어와 2호차 객실 유리를 깨는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코레일은 해당 쇳덩어리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기관차 연결장치 아랫부분에 설치된 내부 부품인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샀다.

    일각에서는 코레일 사장이 임기를 많이 남겨두고 갑자기 그만둔 가운데 정권 초기부터 철도기관 통폐합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철도업계 근무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김 장관은 지난달 9일 잦은 철도 사고와 관련해 직접 철도안전 간담회를 주재하고 사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영이 서지 않는 모습이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 초기 시범사례로 걸리지 않으려고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며 "다음 달 초에는 대수송기간인 추석 명절이 있는데 안전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 철도안전 간담회 주재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철도안전 간담회 주재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