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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교 1학년이 응시하는 2020학년도 대학 입학과 관련해 전문대 수시모집 비중이 대거 확대되면서 내후년 치러질 입시에서 신입생 10명 중 9명은 수시를 통해 입학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대 수시 비중 확대안은 대입전형 간소화로 취업과 연계한다는 부분이 강조됐다. 반면 수시 합격자의 경우 4년제 대학 등의 정시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문대가 미리 '수시납치'를 통해 신입생을 조기에 대거 유치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2020학년도 전문대 입학전형'에는 수시모집 선발 비율은 90%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2018학년도 85%, 2019학년도 87%와 비교하면 역대 최대 규모다.
대교협이 4년제 대학의 2020학년도 수시·정시모집 선발 비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8학년도 수시 74.0%, 2019학년도 76.2% 등을 감안하면 비중이 갑자기 급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대교협은 고등교육직업기관의 능력중심 사회 실현, 수험생·학부모 입시 부담 완화 등에 초점을 맞춰 2020학년도 입시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성적 중심에서 벗어나 취업 연계 비교과 입학전형 활성화 등 대입전형을 간소화하고 농어촌 학생, 저소득층 학생,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사회·지역 배려자에 대한 고른 기회 입학전형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문대교협 입학지원실은 "일반대학 수시 비중이 70%를 넘었는데 4년제 대학의 경우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수백억원이 투입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전형 개발 등이 이뤄진다. 반면 전문대는 제외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대는 취업을 위한 (직업교육) 학과 위주다. 수시 확대는 어떤 직업을 결정하는 부분에서, 수험생이 수능 준비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대 수시 확대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수시납치'에 대한 조심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행 대입 체제에서는 수시 지원에 나선 수험생이 4년제 대학, 전문대에 합격할 경우 정시에 응시할 수 없다. 이를 '수시납치'라고 표현하는데 아무리 수능 점수가 높아도 수시 합격증을 받았다면 지원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수험생 한 명의 지원을 늘리는 것보다, 신입생을 확보하는 것이 학교 입장에서 유리하다. 등록금 수입도 있기 때문에 먼저 수시에 합격하게 된다면 신입생을 유치하기 때문에 이익이 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0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일반대학, 전문대 모두 2019년 9월6일부터 시작한다. 4년제 대학은 5일간, 전문대는 21일간 진행한다는 점에서 접수 기간은 다르다. 다만 4년제 대학의 수시 지원 기회는 6회인 반면 전문대는 제한이 없다.
이에 수시 모집 비중 확대는 합격자가 그만큼 늘어날 수 있어 전문대는 예비 신입생을 미리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수험생이 여러 전문대에 합격했다면 1개교만 택해야 하고, 4년제 대학 진학을 위한 재수 선택 가능성이 있지만 합격한 곳에 등록을 마무리한다면 학교 입장에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김명찬 종로학원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향후 상황을 봐야겠지만 수시모집 확대로 전문대 합격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수시 합격 시 정시 지원 기회가 사라진다. 전문대에 서둘러 지원했다면 수시납치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대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등록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면 정시로 이월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수시모집 비중 확대는, 합격자가 늘기에 그만큼 등록 인원도 늘어난다. 4년제, 전문대 수시 합격 시 정시로 갈 인원이 줄어든다. 전문대 입장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을 먼저 선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듯싶다"고 전망했다.
수시납치와 관련해 전문대교협은 부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무조건 신입생을 유치하는 것보다 직업교육을 찾는 이들에게 먼저 지원 기회를 부여하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는 "수능까지 가서 (수험생이) 패배 의식을 가지는 것보다 공부하는 이들은 공부를, 일하려는 이들은 일하게 해줘야 한다. 수시모집 확대는 직업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빨리 전문대로 입학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에 칼을 빼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