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 대부분 공유수면… 공공주도 매립여건 미미인허가과정 길고, 부지 없어 투자구상 자체 힘들어
  • 노태우정부부터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올해로 30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밑그림 단계다. 문재인정부 역시 '새만금'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내걸고 속도감 있는 개발을 약속했지만 녹록지 않아 보인다. 개발지 대부분이 공유수면으로 매립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최근 관광개발 관련 기업 17곳을 초청해 '새만금 관광레저 투자환경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초청기업들 반응은 냉담했다.

    새만금개발청(청장 이철우)은 지난 22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국내 주요 관광개발 관련 기업을 초청해 '새만금 관광레저 투자환경 설명회'를 개최했다.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이번 투자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이랜드그룹·현대산업개발·롯데자산개발·한화도시개발·금호리조트·보성산업·CJ건설 등 관련 기업 17개사 임직원과 전라북도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사업이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동서·남북도로, 새만금~전주고속도로, 신항만 등 핵심기반시설을 조기에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공공 주도 매립추진과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유치 등으로 투자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으며, 관광분야 투자기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규제들도 대폭 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새만금개발청의 이 같은 설명에도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새만금'이라는 단어가 정부 공식문서에 등장한 지 올해로 30년이 지났지만 긴 시간동안 새만금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역시 새만금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내걸고 속도감 있는 개발을 약속했지만 투자욕심을 내는 기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새만금사업에서 가장 큰 난제는 눈에 드러나는 땅이 없다는 것이다. 새만금사업 특성상 매립이 선행돼야 하는데 없는 땅을 만들어가며 선뜻 투자·개발에 나서겠다는 기업이 없다.


    새만금지역에서 육지가 되는 땅 가운데 정작 매립된 곳은 2016년 말 기준 27㎢로, 전체 계획면적 291㎢ 중 9.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여전히 물속에 있거나 단순히 노출된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입장에서는 언제 땅이 조성될 것인지, 주변 모습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이날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A기업 관계자는 "특별한 내용이 별로 없는 자리였다"고 일축했다. 개발청에서는 중장기 플랜을 발표하며 기업의 투자를 독려했지만 토지매립이 안 된 곳이 많아서 큰 관심을 보이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어 B기업 관계자는 "참여기업 중 앞으로 새만금지역에 개발사업을 하겠다는 기업도 있었다"면서도 "인허가를 받는 데 몇 년이 걸렸다며 인허가과정이 쉽지 않음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인허가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규제개혁과 개발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기업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땅이 없으니 가서 봐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없다"면서 "개별기업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식적으로 땅까지 매립해가면서 개발하려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새만금개발청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유치에 의미를 부여하며 투자가치 상승을 피력하고 있지만 세계잼버리대회가 개최 될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역시 현재로서는 갯벌상태나 다름없다. 6년 밖에 남지 않은 세계적 행사를 앞두고도 토지매립이 선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새만금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토지매립 전반의 부진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고 공공 주도 매립을 공약했으나 실제 이행 움직임은 미미하다.


    전라북도가 장기간 미반영된 국가예산 가운데 하나인 새만금 공공 주도 매립을 위한 기본설계와 현지실사, 조사비용 등으로 146만원을 요구했지만, 새만금 공공주도 매립과 관련한 정부예산안은 10억원에 불과하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관광개발 기업들이 새만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 의견을 들어본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새만금 관광레저용지는 다른 투자개발사업처럼 부지의 용도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용지만 지정돼 있고, 그 용지도 사실 땅이 있는게 아니라 공유수면이다"면서 "기업들보고 와서 용지를 매립해 땅을 조성해서 그 위에 하고 싶은 개발사업을 하라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기업입장에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식의 사업을 해본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랫동안 사업들이 진전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새만금의 개선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라면서 "실제 투자·개발 의사를 밝힌 모 기업과는 이달 내로 사업 협약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만금개발청이 말한 해당 기업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