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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는 '붉은 여왕 가설'이 있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경쟁 상대에 맞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더 빠르게 혁신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고 만다는 내용이다. 보수화되고 관료화된 거래소를 활력있고 역동적 조직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이 취임식을 갖고 향후 경영의 포부를 밝히며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 가설(The Red Queen Hypothesis)'을 언급하며 각오를 밝혔다.
3일 오전 정 신임 이사장은 거래소 부산사옥에서 취임식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 이사장은 ▲코스닥 시장 육성 ▲스튜어드십 코드 정착 등 시장 신뢰 제고 ▲거래소 경쟁력 강화 ▲부산 지역사회 상생 등의 뜻을 내세웠다.
먼저 코스닥 시장 육성 방안으로 "혁신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보다 용이하게 상장할 수 있도록 나스닥시장의 '맞춤형 상장요건'을 벤치마크해 미래 성장성 중심으로 진입요건을 정비할 것"이라며 "코넥스 시장도 '프리 코스닥시장'으로 공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가 보유한 대내외 지원 인프라를 활용해 창업·중소기업 통합 지원체계인 팜 시스템(Farm System)을 구축하고 스케일업(Scale-up)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코스닥시장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벤치마크 인덱스 개발, 코스닥시장 기반 ETF 등 금융 상품 활성화, 세제지원 정부 건의 등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국민 재산증식을 위한 간접투자상품과 안전자산 수요 증가에 맞춰 다양한 기초자산의 ETF와 ETN 상장을 촉진하고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해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탑재한 차세대 시장감시시스템을 구축해 사후적발이 아닌 사전예방 중심으로 시장감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매도에 대해서 정 이사장은 "순기능은 적극적으로 알리되 이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는 철저히 적발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는 증권시장의 주문유형 다양화 및 시장조성제도 강화, 현·선시장 차익거래 활성화 등 시장 유동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정 이사장은 강조했다.
아울러 그간 침체돼 있던 파생상품 시장에 대해서는 코스피200 상품에 대한 편중을 해소하고 ELS, DLS 등 다양한 구조화상품 개발에 필요한 신상품 상장을 확대해 기관투자자 중심의 '위험관리시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 장외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장외청산 대상상품 확충, 거래정보저장소(TR) 도입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본사가 위치한 부산 지역과의 상생 방안도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부산이 해양·선박·파생상품에 특화된 금융중심지로 견고하게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정 이사장은 당초 지난 2일 오전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거래소 노조 측의 출근저지로 본사에 입장하지 못해 취임식이 하루 미뤄졌다.
노조 측은 "이사장을 선출한 주주총회의 절차가 위법한 데다가 한국증권금융 사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직에 지원하는 '양다리 걸치기'를 했다"며 신임 이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