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올 한해 신경전 지속…내홍 일파만파우리銀, 행장 사퇴 후 정부 낙하산 인사 되풀이되나

  • 올해 실적 고공행진을 펼치며 승승장구하던 금융권이 대형 악재를 만났다.

해빙 국면을 맞은듯 했던 노사 관계는 대립각을 세우며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고, 수장 교체 이슈까지 맞물리며 총체적 난국을 맞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지부는 오는 20일 열릴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설득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앞서 KB노조는 주주제안으로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및 KB금융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에 최고경영자(CEO)를 배제하는 내용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실제로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의결권 주식 수 4분의 1 이상, 참석 주주 2분의 1 이상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정관 변경 성사 여부 역시 의결권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참석 주주 3분의 2가 넘는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대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주주들을 적극 설득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KB금융 주식을 3000주 이상 갖고 있는 주주와 1주 이상 갖고 있는 계열사 임직원 공략에 힘쓰고 있다.

특히 노조는 우편과 이메일 뿐 아니라 일부 주주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KB금융 주주총회가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를 지켜보는 금융권에도 긴장감이 맴돈다.

이날 열릴 주총에서 진행될 표결에 따라 안건 통과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서다.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로 올린 하승수 변호사는 지난 2004년 옛 현대증권(KB증권)에서 노조 추천으로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3년 동안 지낸 바 있다. 

노조는 소액주주 입장을 대변해 금융사의 사외이사직을 수행했던 하 변호사가 선임된다면 앞으로 KB금융 지배구조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강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다만, 안건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노조가 제안한 안건을 주총에 올린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도 나온다.

이번 사례로 KB노조의 영향력을 대내외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KB금융을 비롯한 다른 시중은행들도 최근 악재에 직면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내부 세력싸움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은행장 자진 사퇴와 함께 연말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어렵게 민영화에 성공, 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또 다시 정부 입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중이다.

우리은행은 이날 오후 3시 이사회를 열고 예금보험공사의 임원추천위원회 참가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은행 최대주주인 예보가 만약 임추위에 참여하면 차기 행장 선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업계의 시선이 이날 이사회 결과에 쏠려있다.

현재 우리은행 노조는 예보 인사가 임추위 멤버로 확정되면 외부인사 영입, 즉 정부 입김으로 낙하산 행장이 선임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펼치는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은행들이 노사갈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며 "통상 연말은 은행들이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하고 재정비해야하는 시기인데 노조 이슈에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