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등 연구소들 "건설경기 하락 우려" 한 목소리만기도래 회사채, 올해보다 11% 많아… 유동성 위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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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건설 경기 호조로 지속된 건설경기 호황국면이 종료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재개발 사업지. 기사와는 무관. ⓒ성재용 기자
"주택 중심의 민간건설경기가 빠른 하락세를 보이는데다 내년도 SOC예산 감축으로 공공부문이 완충 역할을 해주지 못해 향후 건설경기 경착륙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내건설수주 감소세와 건설투자 증가세 둔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주택경기 위축 등으로 건설경기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에서 건설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보고서가 이어지고 있는 것. 문제는 경기전망이 비관적인 가운데 갚아야할 회사채 만기가 대거 돌아온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부 건설사 경우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대비 15.0% 줄어든 133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133조원은 2014년 107조5000억원 이후 최저치로, 2015년 이후 3년간 지속된 건설수주 호황국면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수주 감소의 주된 원인은 민간주택 수주가 주택경기 하락 영향으로 급감하는 가운데 공공수주 또한 정부 SOC예산 급감 등으로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투자 역시 전년대비 0.5% 증가에 그치면서 증가세 둔화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건설수주는 7분기 시차를 두고 건설기성과 건설투자에 영향을 미친다"며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건설수주 둔화가 내녀부터 건설투자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분석 결과 내년 건설기성과 건설투자의 연간 증가율은 각각 3.5%와 3.0%에 머무를 전망이다. 지난해 건설기성과 건설투자가 10~15% 수준까지 치솟았던 것을 감안하면 둔화세가 뚜렷하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2018년 한국 경제 전망 2%대 성장률 고착' 보고서에서 건설투자 증가율이 2016년 10.7%에서 올해 5.5%에 이어 내년에는 0.1%로 큰 폭 하락해 0%대 진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경우 '2018년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6.3%로 선방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투자가 내년에는 -1.8%로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한 이후 2019년 -1.4%, 2020년 -0.4%로 3년 연속 침체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에도 0.4%에 그쳐 정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투자가 예상보다는 선전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하강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건설투자 급락은 전체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는 만큼 연착륙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기침체 시그널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내년 갚아야 할 회사채가 2조3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황 부진에 차환 발행마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유동성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30개 업체가 갚아야할 회사채는 모두 2조3805억원 규모로, 올해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2조1300억원보다 1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으로 87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만기도래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SK건설 3150억원 △대림산업 2350억원 △한화건설·현대건설 1900억원 △두산건설 1500억원 △롯데건설 1300억원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1000억원 등이 1000억원 이상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온다.
하지만 차환을 성공적으로 발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금리인상이나 국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대되면서다. 특히 신용등급 'A'급 건설 회사채의 주요 투자처인 증권사 리테일 수요가 채권손실을 우려해 급격히 몸을 사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포스코건설은 1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달 말 2년물과 3년물에 대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그 결과 2년물에만 5곳의 기관이 참여했고, 3년물에는 단 한 곳의 기관도 참여하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은 3년물 발행을 철회하고 2년물로만 13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최초 제시한 금리가 낮은 수준도 아니었다. 포스코건설 신용등급과 동일한 'A'급 기업들과 비교해도 60bp(0.01%p)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2년물의 최종 발행금리는 3.921%로 결정됐는데, 이는 지난 8월 롯데건설(신용등급 A)의 2년물 금리 3.305%보다 약 60bp 높은 수준이다.
포스코건설 측은 "비교적 높은 금리 조건을 내건 만큼 개인들을 대상으로 리테일 채권을 판매하는 증권사들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채권 매입을 주저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을 기점으로 상대적으로 열위한 건설업에 대한 시각이 다시 보수화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A증권 채권 담당 연구원은 "내년도 건설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또 다시 채권시장에서 보수적으로 건설업종을 보게 될 것 같다"며 "오히려 올해 대형건설사들이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공모채를 대거 발행한 것이 '반짝'호황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침체에 자금 조달 여건마저 어려워지면서 재무여건이 좋지 않은 건설기업의 경우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건설사들도 지난 3년간의 호황기가 끝나고 빠른 경기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수주잔고 확보, 불확실성에 대한 모니터링, 리스크 관리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