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잇따라 불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반면 포스코 측은 이번에는 권 회장 보다는 중국 인맥이 있는 오인환 사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아예 처음부터 오 사장 참여를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청와대 호프데이 이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교체설을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3일부터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할 경제사절단에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에 중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오인환 철강부문(철강사업본부 겸직) 사장이 참여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 네트워크를 갖춘 오인환 사장이 이번 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신청해 놓은 상태”라며 “중국 철강사들과의 면담도 예정돼 있어 겸사겸사 오 사장이 참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인환 사장은 지난 2003년 중국 쑤저우(소주) 초대 법인장을 지냈으며, 법인 설립에 직접 기여한 바 있다. 현재 오 사장은 새롭게 신설된 포스코의 철강부문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다. 4개 사업본부중 하나인 철강사업본부장도 겸직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는 안면도 있다. 지난 4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에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찾았을 때 맞이한 인연이 있다. 여러 가지로 권오준 회장 보다는 오인환 사장이 문 대통령과 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6월 말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시 권오준 회장은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통상 문제 등 철강업계 현안 해결에 기여하고자 했다. 대한상의를 거쳐 청와대에서 최종 명단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권오준 회장이 제외됐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권 회장을 교체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7월 27일과 28일 양일간 진행된 청와대 호프데이 행사 때에는 권오준 회장이 초청명단에 포함돼 이 같은 관측을 무색하게 했다. 당시 권 회장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11월 9일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시에는 다시 권 회장이 빠지고 민경준 PT 크라카타우 포스코 법인장(부사장)이 맞이했다. 현지 일관제철소를 책임지고 있는 민 부사장은 성공사례를 발표해 문 대통령의 눈길을 끌었다.
매번 정권이 바뀌면 회장이 외풍에 흔들리고 교체됐던 포스코의 흑역사를 또 반복하는 것 아닌지 포스코는 물론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중국 방문에는 굳이 권오준 회장이 참석할 필요가 없어서 신청을 안했다”며 “(교체설과 관련) 예전 정권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더 이상 회장 흔들기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아직 경제사절단 명단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