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마련 없어… 고발 또는 감독관 조사 시 판단 가능, 대학가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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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별로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없어 난항을 겪고 있다. ⓒ뉴데일리DB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 적용 기준을 놓고 대학들이 정부의 가이드라인 마련을 기대했지만, 각 부처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사례가 등장하면서 대학들은 관련 규정을 손질하고 나섰다. 하지만 근로자 기준 적용 대상, 임금 지급 방식 등을 놓고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고용노동부는 고발된 사항에 대해서만 조사를, 교육부는 관련 법에 의해 기준을 학교가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각 대학이 조교의 근로자성 조건을 충족시키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고발을 당해 시정 조치를 받거나,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받아야만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작년 12월 동국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가 근로계약서 미작성, 퇴직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학교법인 동국대를 고발했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한태식 동대 총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서 대학들이 새학기 전 규정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대학 총장이 검찰에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관행처럼 유지된 대학원생 행정조교의 처우를 어떻게 수정할지를 놓고 난항을 겪는 대학들이 상당하다. 조교의 각각 업무에 따른 근로자성 인정 여부 등을 대학이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 각 대학은 이를 바탕으로 규정을 마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 부처에서는 학교가 알아서 처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동국대는 고발된 사항에 대한 조사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된 것으로 개별적으로 본다면 사례가 다르다. 동국대의 경우 실습을 하기 때문에 피교육자 지위가 있지만 근로자로서 활동한다고 봤다. 개별 케이스는 기준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성 판단 지침은 기본적으로 있으며, 개별 케이스는 그 기준에 맞춰 판단한다. 사건 접수가 되어야 조사를 할 수 있고, 고발이 이어진다고 해도 전수조사 실시를 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관행이 위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 감축 등 대학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 교육부는 방향성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관계자는 "고용부에서는 가이드라인 발표 계획이 없다고 했다. 동국대 사례로 지방고용청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는데 판결이 나온 것도 아니고 피의자 상태로 기소 혐의도 섞여 있어 불법 여부는 판단이 안 됐다. 근로자성 여부를 어떻게 보느냐를 교육부에서 일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교의 정의도 모호하고, 근로자 여부가 대학별로 케이스가 틀리기 때문에 정책 연구를 추진하면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2월께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대학이 기본적으로 근로자로 고용하는 등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운영해야 한다. 고발을 무서워한다면 불법과 합법 테두리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대학이 새 규정을 마련하더라도 관련 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고발을 당하거나, 근로감독관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A대학 관계자는 "근로감독관이 조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었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조교, 전일제 조교 등에 대한 운영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타 대학 사례처럼 문제가 될지 확인해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B대학 측은 "정부 부처가 관행에 대한 문제점이 나타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하는데 알아서 하라는 것은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다. 자칫 대학별로 고발이 이어질 수 있다. 직원 업무를 조교가 동일하게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성 적용 여부를 어떻게 확인해야 할지 난감 상황이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