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사이드 원전 매조지 관건은 수출 금융수출입銀 "말싱 고속철 수주, 수출 경쟁력 도움되도록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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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대규모 해외수주 낭보가 무르익었다.한국전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영국 서북부의 무어사이드 원전은 2025년까지 총 3.8GW 용량의 원전 3기를 짓는 사업이다.최종 수주까지는 영국과 협상, 자금조달 방안이 숙제로 남아있다."이제 공은 금융에게 넘어갔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이제 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뿐 내년 봄 진짜 승전보를 울리기까지는 파이낸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 지원도 필수적이다.◇ 대규모 수주전 눈 앞에… 수출입은행, 어깨 무겁다영국 원전 사업은 사업자가 건설비를 조달해 완공한 뒤 전기를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형식을 띤다.사업자 선정 막바지에 해외에 원전을 건설한 경험이 없는 중국이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금융' 영향이 컸다.초기 자본이 한전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한전을 중심에 두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구조로 사업을 꾸려갈 전망이다.정부 역시 재원조달의 60% 규모를 정책금융을 활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을 통해 금융주선 126억달러 중 7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PF구조로 사업을 꾸려나갈 경우, 수출입은행의 직접 출자가 가능해진다. 그외에 수출금융을 통해 해외투자 및 현지법인설립 때 자금 대출도 가능하다.이에 수출입은행 측은 "정부와 협의해서 우리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싱 고속철, 중국 자금력 제약 없어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건설 역시 '금융'이 과제로 떠올랐다.이르면 이달 중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가 발표될 예정인데 사업 규모만 15조원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내에서는 기술평가에서 변별력이 낮을 경우, 금융평가서 성패가 갈릴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RFP를 통해 구체적인 입찰 조건이 평가항목과 함께 공개된다. 2차 설명회까지 알려진 내용을 기준으로 하면 기술 70%, 금융 30% 비율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과거 이집트 카이로 지하철 사업의 경우, 기술과 금융평가 비중이 5:5였는데 기술 점수에서 차이가 없어 금융조건이 당락을 좌우했다. 국토부 내에서는 파이낸싱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우리나라와 경쟁하는 중국은 우리보다 자본력에서, 일본은 기술력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은 OECD 가입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수출신용협약을 준수할 의무가 없다. 자금을 지원하는데 제약이 없다는 의미다.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세계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공적 수출 신용 가이드라인 협약에 따라서 수출입은행은 수출신용기관(ECA)으로서 저금리의 금융 지원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금융'으론 부족… 정부가 나서야한전이 정부의 탈원전 속에 영국 원전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정부가 국가 에너지 정책 방향에 신규 원전을 차단한 상황에서 온전히 우리 기술력으로 신뢰를 확보한 셈이다.정부는 국내는 탈원전, 해외 원전 수출이라는 투트랙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산업부 내에서 "손해 날 것 같으면 안한다"는 흐름을 깨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백운규 산업부 장관, 한전 조환익 전 사장, 이관섭 한수원 사장이 나란히 영국을 찾아 원전세일즈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온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말레이시아-싱가폴 고속철도 사업도 정부의 막후 교섭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우리 정부는 민자사업 발주를 최소보증금 방식으로 바꾸고 지급 화폐 종류를 달러화 대신 현지 통화로 결정했다.하지만 이를 원화 등의 제 3의 화폐를 추가했어야 한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운영과정에서 현지 통화를 원화로 바꿀 때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산업계 관계자는 "금융이 관건이라고 하지만 금융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최종 낭보는 쉽게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