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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이 평창 올림픽을 활용한 각종 마케팅에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업계는 조용하기만 하다.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업계 위축으로 벌써부터 올림픽에 자금을 쏟아붓기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하나은행은 내년 2월까지 정기예금·적금·입출금통장 세가지 상품을 특별 판매하고 있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는 비자와 손잡고 각각 특화 카드 상품과 스티커·장갑·배지 형태의 웨어러블 선불카드를 선보였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이같은 올림픽 마케팅에서 한 발 빗겨나 있다.
연말을 맞아 저축은행 5곳이 정기예금 등 특별판매에 돌입했어도 정작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등에 업은 특판이나 부수 이벤트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평저축은행은 고객 감사 차원에서 연 최고 2.58%(12개월 기준, 복리)의 정기예금 특판을 진행하고, JT친애저축은행은 창립 5주년을 기념해 연 최고 2.6%의 금리(세전 기준 단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을 판매하는 정도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국내 주요 저축은행들 가운데 올림픽과 관련한 특판이나 이벤트 등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올림픽은 고객의 눈길을 단번에 끌어모을 수 있는 화제성이 높은 마케팅 수단이다.
평창이 올림픽이 개최지로 선정됐던 2011년만해도 신라저축은행이 연 8%의 적금 특판을 했고, 2014년에는 SBI저축은행이 소치 올림픽 개최 기간 동안 '러시아에서 애국가가 세 번 울리면'이라는 캠페인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축은행들이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를 활용한 마케팅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무엇보다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공식 후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은행처럼 적어도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후원하거나 카드사들처럼 공식 후원사인 비자와 손을 잡아야 하는데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년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비용 감축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과 같은 대형 이벤트를 활용한 마케팅은 부담이 된다"며 "비용 감축 문제는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말했다.
공식 후원사가 되지 못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제를 피해 판촉 활동을 하는 일종의 '앰부시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부담도 있다.
더욱이 금융사들이 올림픽 마케팅을 하면 대개 회사 이름 알리기나 특정 상품에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활용하는데, 저축은행들이 대출 규제 강화로 저신용자 대출 감축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터라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평창 올림픽을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도 없다"며 "대출을 못하는 상황에서 예대율을 고려하면 (올림픽 등을 활용한 특판으로) 무작정 수신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이 수신을 늘리는 이유는 고객들의 자금으로 대출을 통해 예대마진을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법정 최고 금리 인하, 대출총량제 시행 등으로 발목이 잡힌 상태에서 굳이 화제성 높은 올림픽을 활용해 수신 상품으로 고객 몰이를 극대화할 명분이 약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저축은행들은 수신 고객 유입도 조절하는 추세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수신 고객은 350만여명(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8만명 늘어 전년도 같은 기간 약 16만명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주춤하다.
이에 정기예금 규모도 42조517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0% 증가하면서 전년도 같은 기간 증가율 8.5%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