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김보다 마른 김 수출이 견인… 2차 가공으로 부가가치 높여야수출가공 클러스터 예타 통과 지연… 해수부 "내년 예산 반영됐는데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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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김 수요가 급증하면서 김 수출이 5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수출국 편중은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김스낵 등이 감자 칩 등을 대체할 저열량 건강 스낵으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 2차 가공품 등 조미김 수출은 성장세가 마른 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가 낮은 원료 수출국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김 수출가공 클러스터 조성은 내년 설계비까지 반영됐음에도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김 수출액이 사상 처음 5억 달러, 수출 물량은 2만t을 넘었다.
2007년 6000만 달러였던 김 수출액은 2010년 1억 달러를 넘었다. 2012년 2억 달러, 2015년 3억 달러를 각각 돌파했다. 지난해는 3억5000만 달러로 연평균 21.8%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1억4781달러(41.9%) 급증했다.
수출 증가는 마른 김이 견인했다.
품목별 수출 비중은 지난해 조미김 67.1%, 마른 김 32.8%였다. 올해는 12월20일 현재 조미김 58.0%, 마른 김 41.8%로 격차가 절반 이상(18.1%포인트)이나 줄었다.
마른 김은 수출 물량이 2015년 5218t에서 지난해 6400t, 올해 8694t으로 늘었다. 수출금액도 2015년 7995만 달러, 지난해 1억1568억 달러, 올해 2억924억 달러로 증가했다.
조미김은 2015년 2억2427억 달러(1만2438t), 지난해 2억3689억 달러(1만1404t), 올해 2억9036억 달러(1만1990t)의 실적을 보였다.
같은 기간 마른 김이 수출 물량 기준으로 22.7%, 25.8% 증가할 때 조미김은 마이너스(-)8.3%, 5.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수출 실적 양상이 원료가 되는 마른 김은 급증한 반면 김스낵 등 부가가치가 높은 2차 가공품을 포함한 조미김은 수출 증가율이 마른 김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부가가치가 낮은 김 원료 수출국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2차 가공품을 수출하는 태국의 경우 우리나라로부터 원료가 되는 마른 김을 2015년 2567t, 지난해 3108t, 올해 3305t 수입했다.
반면 조미김은 2015년 66t에서 지난해 88t으로 수입량이 33.3% 증가했다가 올해 87t으로 1.1% 감소했다.
미국을 제치고 올해 우리나라 김 수출국 2위로 부상한 중국은 우리나라로부터 2015년 조미김을 2139t, 2016년 2331t 수입했다가 올해는 1934t으로 17.0%나 줄였다.
태국 등이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마른 김을 원료로 2차 가공한 조미김을 만들어 중국 시장 등에 팔면서 우리 조미김 시장을 잠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해수부는 세계 김 시장이 밥반찬 중심에서 감자 칩, 팝콘 등을 대체하는 저열량 건강 스낵 위주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2차 가공식품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올해 가공 원료가 되는 마른 김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일각에서 원료 수출국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고 했다.
해수부가 김 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추진하는 수출가공 클러스터는 진척이 지연되고 있다.
해수부는 오는 2020년까지 총 980억원을 들여 전남 목포시에 수출가공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선 김·다시마·미역 등 해조류를 특화해 연구·개발(R&D)센터, 창업·수출지원센터, 가공시설, 공용냉동창고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애초 지난달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예타 결과는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복수의 해수부 관계자는 "예타 통과를 전제로 내년 본예산에 이미 설계비가 반영된 상태인데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아직 발표가 없다"며 "며칠 안 남았지만, 연내 예타 통과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김 수출 규모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수출국이 일부 국가에 쏠려 있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올해 김 수출국 현황을 보면 일본 1억1300만 달러(22.6%), 중국 8700만 달러(17.4%), 미국 8400만 달러(16.7%) 등의 순이다.
다만 일본과 중국의 비중이 전체의 40%에 달한다.
수출 수산식품 중 김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다른 품목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강준석 해수부 차관은 "전복, 어묵 등은 외국인도 선호할 제품으로 생각한다"며 "수출대상국 국민이 선호할 맞춤형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수출지원센터를 확대하고 세계 수산박람회 등에 참가해 홍보·마케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출지역 다변화를 꾀하고 있고 성과도 있을 거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