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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의 모습.ⓒ연합뉴스
경제계 신년 인사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돌발행동으로 찬밥 신세가 됐다. 청와대 주최 신년 인사회를 개최하면서 4대그룹 대표를 초청하는 대신에 오랜 전통의 대한상의 주최 신년 인사회에 불참키로 했기 때문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한상의 주최 경제계 신년 인사회가 대기업 총수들의 대거 불참으로 초라한 잔치로 전락했다.
해당 행사는 지난 1962년부터 시작됐으며,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제계 최대 행사다.
하지만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불참을 선언하고, 이낙연 총리가 대신 참석키로 하면서 그 위상이 쪼그라들었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세 차례에 불과하다. 1984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이 터졌을때와 2007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전년 연말에 4대그룹 총수 면담이 있었을 때에 대통령이 불참했다. 또 지난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서 참석하지 못했다.
이를 제외하고는 역대 대통령들이 대한상의가 주최하는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모두 참석했다. 그만큼 경제계를 존중하는 동시에 격려하는 의미있는 자리라는 얘기다.
이같은 관례를 문재인 대통령이 무시하면서 이번 행사는 대기업 총수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우선 재계 1위 삼성에서는 구속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윤부근 부회장이 참석한다.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을 대신해 대관 담당인 정진행 사장이 참석한다.
SK도 최태원 회장이 불참한다. 최 회장을 대신해서는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또는 김준 커뮤니케이션위원장(SK이노베이션 사장)의 참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지난해부터 구본준 부회장이 해당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특히 4대그룹 대표들은 전날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초청됐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이 참석했다. 때문에 정의선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굳이 이날 대한상의 신년 인사회에 참석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재계 5위인 롯데도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이 참석한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불참하고 이태종 (주)한화 대표가, CJ는 손경식 회장이 참석한다. 한진그룹도 조양호 회장을 대신해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박삼구 회장이 아닌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참석한다.
이외에도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부회장, 두산은 박정원 회장이 참석한다.
재계에서는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참석하던 행사에 문 대통령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총수들이 굳이 참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경제계를 여전히 적폐의 한 축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측면에서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은 누가 참석하는지를 보면서 (우리도) 최종 참석자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을 잇따라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