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기타 공공기관' 지정… 연임은 물 건너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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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 아니어도) 한전 사례처럼 (철도) 산업 발전을 위해 (SR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수서발 고속철을 운영하는 ㈜에스알(SR) 이승호 사장은 4일 뉴데일리경제와 통화에서 올해 본격화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의 통합 여부 논의와 관련해 이같이 견해를 밝혔다.
한국전력공사는 산하에 여러 전력그룹사를 두고 있다. 발전회사의 경우 수력원자력,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6개 회사가 있다. 이들 회사는 모두 한전이 100% 출자한 계열사로, 지역과 기저부하 발전소를 달리하여 전력자원의 개발과 발전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장의 말은 설립 목적에 맞게 모회사와 자회사가 각자의 몫을 다하면서 공공기관의 소임을 수행하면 되지 통합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SR은 변화와 혁신을 내세워 우리나라 117년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체제를 열었다. 코레일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며 철도산업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저렴하면서도 나은 서비스'를 내걸고 등장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SR과 경쟁은 진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견해다. 10% 싼 요금도 정부가 민영화 논란을 의식해 SR 출범 전 정책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KTX와 SRT 분리 운영으로 강남-비강남권의 지역 독점화 문제와 기존 서울·용산역 KTX 이용객의 요금 인하 역차별 같은 폐해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철도전문가가 "코레일이 독점해온 철도사업이 SR 등장으로 운행방식이나 운임 등에서 예전과 달라진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쟁체제에 대해 "유럽의 경우 하나의 노선에 여러 운영사가 참여하기도 하고 심지어 구간마다 운영사가 달라 담당구역을 벗어날 때마다 기관사가 바뀌기도 한다"며 "통합만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단정하기도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코레일과 SR의 통합 관련 논의는 올 상반기 본격화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위원회를 꾸려 통합·분리 운영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 사장의 발언은 사견을 전제로 코레일이 주장하는 완전 흡수 통합에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장은 "SR이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입장이 아니다"며 "정부가 통합의 필요성을 판단해 결정할 부분으로 (SR은) 정부 방침과 결정을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SR은 이달 중 열리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공공기관이 50% 이상 지분을 갖거나 30% 이상의 지분으로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공운위 심의를 거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게 돼 있다. SR은 대주주인 코레일을 비롯해 공공기관 지분이 100%인 회사다.
이 사장은 "(국토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것은 없지만,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거로 안다"고 전했다.
기타 공공기관은 자체 수입 비율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적용하는 기준을 따르기 적절하지 않거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할 공공의 목적이 있다고 판단될 때 지정한다. 공공기관 중 정부 통제 수준이 가장 낮고, 인사·예산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한다.
SR이 공공기관이 되면 이 사장은 잔여임기를 보장받되 연임은 불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R 사장은 임기가 3년이다.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면 3년 단위로 얼마든지 연임할 수 있어 운신의 폭이 공공기관장보다 넓은 편이다.
이 사장은 '58년 개띠'다. 한국사회 한복판에서 격동의 현대사를 겪어온 베이비붐 세대다.
마침 올해는 황금개띠의 해 무술년(戊戌年)이다. SR은 출범 2주년째인 올해 격변의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그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이 사장은 덤덤한 반응이다. 그는 "개띠라고 특별한 소감은 없다. 살던 대로 사는 거다"고 했다.
"나이 한 살 더 먹어 환갑이 됐다는 생각은 했다. 새해라고 해서 의미를 두는 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올해 역점을 기울여 시행할 것을 묻는 말에 "SRT를 타는 모든 고객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2016년 12월9일 개통한 SRT는 지난해 12월3일 현재 하루평균 5만2280명, 누적 고객 1882만명을 실어날랐다. 회원은 246만명이다.
1년간 총 4만3800회 운행하며 총연장 1639만㎞를 달렸다. 정시율은 국제철도연맹(UIC) 기준 99.8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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