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3개월 내 700억 →3년 내 FI 지분인수案' 퇴짜
  • ▲ 대유위니아의 매각 철회 선언으로 동부대우전자 인수전이 터키 베스텔, 이란 엔텍합의 2파전으로 굳어졌다. 업계는 향후 경영 여력과 자금 조달 측면에서 베스텔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각 사
    ▲ 대유위니아의 매각 철회 선언으로 동부대우전자 인수전이 터키 베스텔, 이란 엔텍합의 2파전으로 굳어졌다. 업계는 향후 경영 여력과 자금 조달 측면에서 베스텔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각 사

    동부대우전자 매각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밀당과 꼼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대유위니아가 인수 의사 철회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전은 사실상 터키 가전업체 베스텔과 이란 엔텍합의 2파전으로 굳어진 상황이다.

    베스텔과 엔텍합은 자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대형 가전업체다. 양 사는 이번 인수전에서 각 1000억 대 후반, 1800억 내외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텍합은 한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웨일인베스트먼트와 공동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대유는 인수 방안과 관련해 FI와 입장을 좁히지 못해 인수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내용을 주시하고 있는 가전업계 관계자는 "대유측이 주관사 NH투자증권에 인수 철회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NH에서 매각과 관련한 추가 제안을 해올 경우 재협상에 나설 수도 있어, 인수를 완전히 포기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동부대우 매각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매각 측은 지난달 말까지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격 등에서 인수 후보와 이견이 커 일정이 다소 미뤄졌다.

    IB업계는 대유의 인수 철회가 인수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유는 NH투자증권이 매각과 관련해 추가 제안을 해올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자금 조달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론 어려워 보인다.

    대유가 돌연 인수를 철회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그간 대유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자금력 없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포기로 돌아선 대유의 행보가 '치고 빠지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대유는 500억원 대의 그룹 유보금과 유상증자를 동부대우 인수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후 진척이 없자 대유는 6개월 이내 운영자금 700억원 투입, 3년 내 FI 지분 전량을 회수하겠다는 방안도 전달했다. FI 측에서는 당장 자금 회수를 원하고 있어, 마음을 돌리기엔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IB업계는 이번 인수전에서 베스텔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베스텔은 운영자금과 같은 향후 경영 여건에서 동부대우 FI 측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부대우는 매각 후에도 약 1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베스텔은 TV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 자국 내 1, 2위를 다퉈 터키의 'LG전자'로 여겨지는 회사다. 최근 도시바 TV사업 인수전에도 나서는 등 글로벌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자인 엔텍합의 경우 지난 2011년 대우일렉 매각 당시 잔금 미납 전력을 가지고 있다. 엔텍합은 지난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동부대우 전신)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단계에서 잔금을 치르지 않아 협상이 무산된 바 있다. 이 같은 선례가 베스텔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우선협상자 선정 후에는 동부대우 광주공장과 관련한 본격적인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공장 유지, 고용 승계에 관한 노동조합과의 원활한 협의가 큰 산이다. 우선협상자 측에서 광주 공장에 대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 따라 매각의 판도가 변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투입 등 향후 동부대우 경영 여건과 관련해서 베스텔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에는 광주공장 존속과 고용 승계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 같은 사항이 매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