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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만 있으면 조리가 가능한 다양한 전용 식품이 등장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더욱 간편하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으면서도 맛을 살리기 위한 업계의 패키징(packaging, 포장) 기술력이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전자레인지용 용기면 신제품인 '신라면 블랙사발'을 내놓고 '끓여먹는 컵라면' 시대를 열었다.
농심은 지난 1982년 육개장 사발면으로 국내 용기면의 대중화를 이끌면서 35년 만에 용기면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82년 당시 25억원 규모의 국내 용기면 시장은 2017년 77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2조15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라면 시장에서 용기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시장이 점차 커지자 농심은 더욱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용기면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농심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편의점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다양한 맛의 제품을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전자레인지 용기면은 물을 데워 부어먹는 방식의 기존 용기면에 비해 편의성과 맛이 대폭 업그레이드 됐다"고 설명했다.
농심에 따르면 용기면을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면발과 국물맛이 더 향상된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 진동이 라면 면발에 골고루 침투해 식감을 더욱 찰지게 해주고 국물은 끓는 물과 같은 100℃ 전후에서 조리가 되면서 봉지라면처럼 진하고 깊은 맛이 난다는 설명이다.
신라면블랙사발은 전자레인지로 조리시 용기가 녹지 않는 특수 종이재질이 사용됐다. 끓는 물 온도인 100℃ 전후로 오랜 시간 가열해도 용기 재질에 변화가 없어 안전성에 우려가 없도록 했다. 전자레인지가 없는 경우 끓는 물을 부어서 먹는 일반적인 조리도 가능하다.
농심은 용기면 시장의 미래를 전자레인지 용기면으로 보고 앞으로 '신라면 블랙사발' 외에도 다양한 제품을 전자레인지 용기면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오뚜기는 농심보다 앞선 지난 2009년 5월 전자레인지용 용기면인 '오동통면'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표 라면인 '진라면(순한맛, 매운맛)'과 '참깨라면', '리얼치즈라면'도 전자레인지용 용기면을 적용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는 2009년 오동통면을 시작으로 국내 전자레인지 용기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차별포인트로 단순 종이용기가 아닌 스마트그린컵(발포재질)을 적용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지2014년 국내 최초로 친환경 스마트 그린컵을 전자레인지용 용기면에 적용했다. 기존 컵라면 용기에서 차별화된 발포컵 재질의 용기를 적용하고 종이컵 외면에 발포성 소재를 코팅해 열처리 가공을 거쳤다. 현재 모든 컵면 제품에 스마트그린컵을 적용하고 있다.
오뚜기는 앞으로 '진짬뽕'과 같은 국물형태의 라면은 모두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용기로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CJ제일제당은 간편식 대표 제품인 '햇반'을 포함해 가정간편식(HMR) 브랜드인 '고메' 등을 통해 전자레인지로 조리가 가능한 간편식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냉장·냉동 위주였던 HMR 제품이 최근에는 보관이 편리하고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긴 상온 제품으로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CJ제일제당도 이에 주목한 것.
CJ제일제당은 '햇반'과 더불어 전자레인지에 1분30초만 조리하면 근사한 셰프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콘셉트의 '고메 상온 HMR' 4종(함박스테이크, 토마토 미트볼, 크림베이컨포테이토, 로제치킨)을 내놨다. 이들 제품은 20년 동안 축적된 '햇반'의 포장기술을 접목시켜 내용물이 산소와 반응해서 변색되거나 맛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산소차단 용기와 리드필름을 적용해 유통기한을 9개월까지 확보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햇반은 공기가 전혀 드나들 수 없고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인체에 무해하게 만든 포장 기술이 핵심"이라며 "이같은 CJ제일제당의 차별화된 패키징 기술 노하우로 균일하게 가열하고 더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 상온 간편식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리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별도의 조리 도구 없이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전자레인지용 간편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급증하는 간편식 소비 증가에 발맞춰 조리시간 단축 및 조리 품질 개선을 위한 패키징 연구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이같은 전자레인지용 제품이 주목받는 것은 1인가구 시대라는 특성과 패키징 기술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국내에서 가장 흔한 형태의 주거 형태로 자리잡으면서 더욱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전자레인지용 용기 제품은 별도의 조리 기구나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없고 섭취 후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소구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전자레인지용 용기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며 "제품의 맛을 극대화하고 이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패키징 기술력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최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