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서류전형 프리패스 'VIP리스트' 만들었다"KB·하나은행 "정상적인 채용 절차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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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채용비리 논란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KB국민은행·하나은행 간 충돌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4일 금융당국은 지난달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채용에서 특혜를 주기 위해 각각 55명과 20명에 명단이 담긴 'VIP리스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5개 시중은행에서 채용비리 의심사례 22건을 적발했다. 여기에는 국민은행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와 전 사외이사 자녀 등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합격자수를 늘리는 방법 등이 동원됐다.
하나은행은 리스트에 55인의 이름이 들어갔다. 2016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전형을 합격시켰고 필기 전형을 거쳐 6명이 남아, 면접에서 모두 합격처리됐다.
특히 하나카드 사장 지인의 자녀는 그해 12월 임원점수가 4.2점으로 불합격이었으나 이튿날 4.6점으로 점수가 바뀌면서 합격처리됐다. 리스트에는 대부분 인적사항과 추천자가 들어갔는데 '사외이사'라고 기재되기도 했다.금감원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자녀까지 채용에서 챙기는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측은 "채용 논란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고 반박했다. 하나은행 측도 "채용비리를 위한 면접점수 조작 사실이 없다"고 했다.은행들의 정면 반박에 최흥식 금감원장이 직접 나섰다. 최 금감원장은 지난 1일 "여러 채용비리 상황을 확인에 검찰에 결과를 보냈다.결과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금감원 내에서도 은행들이 작성한 VIP리스트를 기준으로 채용비리를 지적한 것이라는 설명이 뒷따르고 있다.
다만,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특혜채용을 반박하면서 최악의 경우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법정 다툼을 벌이는 상황까지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조사결과를 정면 반박하고 나선데는 지주사 CEO의 명운이 갈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금감원이 검찰에 채용비리를 고발한 직후, 이광구 전 행장이 사의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