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 부산으로 본사 이동
  • ▲ ⓒSM상선
    ▲ ⓒSM상선

SM상선이 부산으로 이사를 앞두고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미주동안 노선과 캐나다 노선을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공동운항 제안을 잇따라 거절 당하면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올해 상반기 중 서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본사를 이동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일에는 한진해운 때부터 써오던 여의도 사옥에서 SM그룹 본사로 자리를 옮겼다. 본사 이전 추진 과정에서 여의도 사옥에 대한 임대계약이 만료돼 SM그룹 본사 건물을 임시로 사용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SM상선의 부산 본사가 될 건물은 그룹 계열사인 KLCSM의 중앙동 사옥이다. 현재 중앙동 사옥은 기존 5층에서 14층으로 증축하는 공사 중이다. 오는 6월 공사가 마무리되면 SM상선도 입주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SM상선은 지난해 초 출범 당시 부산시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고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고 지역과 상생발전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후 우방건설산업과 합병을 완료하고 본사 주소를 부산으로 등록한 바 있다. 

출범 초기부터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왔던 SM상선이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SM상선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적 원양선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SM상선은 지난해부터 SM그룹 차원에서 TV광고를 내보내며 대외 홍보에 공을 들여왔다. 최근에는 SM상선 선박과 컨테이너 박스 등을 보여주는 영상에 'SM상선, 미국 서북부 원양 서비스 단독 개설' 등 자막을 넣었다. 우오현 회장을 비롯한 그룹 차원 결정에 따라 해당 자막을 삽입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우 회장은 전부터 해운업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SM상선 홈페이지 개편과 TV광고 개시도 우 회장의 지시가 결정적이었다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SM상선이 미주 노선 공동 운항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데도 성과가 없자, 광고에 '서비스 단독 개설'을 강조, 그룹 자존심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SM상선은 캐나다 벤쿠버, 미국 시애틀을 기항하는 새로운 미주 서안 서비스를 오는 5월 단독 개설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SM상선 관계자는 "다만, 국내외 선사들과의 협력 가능성은 계속 열어두고 있다"며 "특히, 현대상선과는 공동운항 등 양사가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논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반응은 줄곧 냉담했다. 처음에는 공식 요청이 없었다고 하다가, SM상선이 공식적으로 미주 노선 공동 운항 요청에 나서자 거절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의 거절 의사에도 SM상선이 계속적으로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을 두고 SM상선의 영업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왜 꼭 현대상선이어야 하냐, 현대상선 아니면 안되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SM상선 선복량은 5만TEU 수준이다. 현대상선(35만TEU)과 비교하면 현저히 부족하다. 미주 노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최소 컨테이너선 여덟 척이 필요하지만 SM상선은 협업 없이는 배를 채우기 어렵다. 이스라엘 선사인 짐라인에 요청했던 해운 동맹도 불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SM상선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편, SM그룹이 순환출자고리 등으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 지적 대상이 된 것도 부담이다.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온 SM그룹은 대기업 가운데 최다인 148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가지고 있는데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집단으로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도 받는다.

SM그룹은 지주회사 제외를 신청하면서 지주회사 명단에서 빠질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SM그룹 측은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SM상선이 출범 초기라 영업망 확대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선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