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캐피탈사가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 대부분이 비상장사다보니 배당금은 고스란히 오너 일가와 계열사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22일 여신금융협회 회원사로 등록된 국내 주요 캐피탈·리스사를 살펴본 결과 현대커머셜은 지난달 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해 사업연도에 대해 주당 1000원씩 총 200억원을 현금 결산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주당 액면가 기준 배당률은 20%에 달한다.
지난해 9월 주당 30% 배당률로 총 300억원의 중간배당 규모까지 더하면 1년에 총 500억원의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기업들은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배당을 하기 때문에 현대커머셜처럼 지난해에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올해 초 한해 마무리와 더불어 결산배당을 실시하기도 해 연간 단위로 배당 규모를 판단해야 한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 증가해 BIS비율 9%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커머셜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724억원으로 전년대비 281.9% 폭증했다.
다만 지난해 경영실적이 크게 증가한 데는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 외에도 일회성 요인이 컸다는 점이다.
GE가 매각한 현대카드 지분을 현대커머셜이 사들여 현대카드 지분이 종전 5%에서 24.54%로 크게 높아지면서 영업외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경영실적이 개선된 것이 순전히 영업을 잘해서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DGB캐피탈·JB우리캐피탈 등 은행계 캐피탈사들도 실적 개선 폭에 비해 배당 규모를 크게 늘렸다.
JB우리캐피탈도 실적 개선폭은 미미했지만 배당 규모는 31.2%나 늘렸다. 지난해 8월 중간 배당으로 180억원을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에 결산 배당으로 597억원을 추가 확정하면서 총 777억원을 주주에게 나눠준다.
순이익이 20% 증가한 DGB캐피탈의 배당 규모도 33.9% 증가해 7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배당 성향도 42%에서 47.0%로 5%포인트 높아져 실적 대비 배당 규모가 커졌다.
하나캐피탈은 이번에 지난해와 똑같이 약 25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하나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904억원으로 98억원, 12%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지난해 1063억원으로 전년대비 2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고, 영업외이익이 70여억원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처럼 캐피탈·리스사의 늘어난 배당금은 모두 대주주인 오너 일가나 지주사·계열사에게 돌아간다. 대부분 비상장사여서 오너일가 또는 지주 및 계열사들이 지분을 갖고 있어서다.
배당금이 크게 늘어난 현대커머셜은 현대자동차가 50%, 정태영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16.67%, 정 대표의 부인인 정명이씨가 33.3%의 지분을 갖고 있어 지분 비율에 따라 배당금을 나눠 갖는다.
현대캐피탈의 배당금은 대주주인 현대자동차(59.7%), 기아자동차(20%)가 챙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현대커머셜·현대캐피탈의 배당으로 어림잡아도 9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배당 규모가 133.3% 증가한 롯데캐피탈은 롯데호텔(26.6%), 롯데쇼핑(22.4%), 롯데건설(11.8%), 부산롯데호텔(11.5%) 등 계열사를 비롯해 롯데그룹 정점에 있는 광윤사(1.92%),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0.86%),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0.53%),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0.53%) 등에게 돌아간다.
은행계 캐피탈사들은 지주사에게 배당금이 유입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배당결정 직후에 하나캐피탈 지분 100%를 확보하고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DGB캐피탈은 DGB금융이 지분 100%를, JB우리캐피탈은 JB금융이 96.5%를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