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은행 15곳 사외이사 76명 중 30명 변화 임박사외이사 직업 경쟁회사 CEO→親정부·법조계 출신 변화

  • 올해 금융권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된다.

금융당국이 사외이사 전문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부응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등 총 15곳의 올해 정기주주총회 선임 예정 신규 사외이사는 총 3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전체 사외이사 76명 가운데 무려 30명이나 바뀌면서 교체 비율도 약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3월 금융권의 새 사외이사 숫자가 12명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는 셈이다. 

다만,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농협은행은 아직 기존 사외이사들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집계에서 제외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마찰로 인해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의 셀프연임, 회장이 연임을 결정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추천하는 회전문 인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당국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통해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까지 주문하는 등 금융사를 향한 압박수위를 더욱 높였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과 일부 금융사들이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지만 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 정부와 금융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보니 결국 금융사가 승기를 들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금융지주와 주요 은행들은 올해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들을 대부분 교체했고, 일부 사외이사들이 부담감을 느끼며 자진사퇴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윤종규 회장 재연임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던 KB금융의 경우 최영휘, 이병남, 김유니스경희 이사가 연임을 원치않는다며 사퇴한 바 있다. 

농협금융 역시 민상기, 정홍렬, 손상호 이사가 셀프연임 등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발생할 오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싶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금융사의 당국 코드 맞추기와 사외이사들의 용퇴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금융권의 사외이사 대대적인 교체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금융사들도 당국이 앞서 요구한 '다양성'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사외이사 선임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외부인선자문위 평가를 받는 등 노력한 흔적을 나타냈다.

아울러 신임 사외이사들의 직업군도 예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사들이 경쟁사 전임 CEO 영입에 활발히 나섰으나 올해는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문재인 정부 기조에 맞는 인물들이나 법조계 출신들을 대거 섭외하면서 사외이사 직업군에 변화를 줬다.

하나금융의 경우 올해 사외이사 5명을 신규로 선임할 예정인데 김홍진, 박시환 후보가 이번 정권의 친정부 인사로 손꼽힌다.

김홍진 후보는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재정경제부 감사담당관, 금융정보분석원(FIU) 기획실장 등 참여정부 시절 관료였고 박시환 후보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대통령 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BNK금융지주도 신임 사외이사 3명을 내정했는데, 그 중 정기영 후보를 친정부 인사로 볼 수 있다.

정기영 후보는 참여정부 초창기 시절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했고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을 맡은 바 있다.

지난해 금융권이 채용비리, 시세조종, 비자금 혐의 등으로 얼룩지면서 올해 유독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영입이 늘었다는 의견도 있다.

하나금융이 영입한 박시환 후보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대법관을 역임했고 백태승 후보 역시 서울서부지법 조정위원, 연세대 법학과 교수를 역임한 법률전문가로 평가받는다.

DGB금융지주 역시 이담 법무법인 어울림 대표 변호사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담 변호사는 대구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사 사외이사들이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경영진 감시 등 제 역할은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앞으로는 적정임기를 통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