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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도 구속됐다. 황창규는 퇴진하라."
KT 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 앞은 강성노조 때문에 시끄러웠다.
지난해 황창규 회장 연임을 반대하던 KT새노조(제2노조)가 올해 주총 안건으로 올라온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황 회장이 임기를 지키기 위해 내놓은 카드'라며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
더욱이 불법정치자금 의혹으로 황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여서 지난해 주총때 보다 반대파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 모습이었다.
KT는 투명성 있는 주총 분위기를 만들고자 주주들을 물론, 기자, 애널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원들을 참석할 수 있게 했으나, 일부 강성 인원들의 고성과 몸싸움에 일부 회사 관계자들의 출입이 잠시 제한되기도 했다. 행사장에 배치된 경호 인력들은 새노조의 돌발행동을 저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주총장 내에서도 새노조 측의 황 회장 퇴진 목소리는 계속됐다. 주총이 시작된 이후에도 뒷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황 회장 퇴진 구호를 지속적으로 외쳤다.
이러한 상황이 주총 내내 지속되자 행사에 참석한 이들의 눈살은 자동스레 찌푸러져 갔다.
주총의 주인공인 주주들도 이들의 행태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간 외풍에 취약하다는 비판과 비경영 전문가가 낙하산 인사로 온다는 지적을 반영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것인데, 이를 '황 회장이 임기를 지키기 위한 카드'라 몰라붙이는 행위는 옳지 못한 처사란 지적이다.
실제 이번 개편안은 기존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CEO추천위원회에서 명칭 변경) 및 이사회로 분산해 '회장후보 심사대상자 선정→심사→회장후보 확정'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한 후보 심사 기준에는 기업경영 경험이 추가돼, 기존 정관에 '경영경험'이라고만 명시됐던 항목을 '기업경영 경험'으로 구체화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탄핵결정문을 통해 KT, 현대·기아차 등은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아직 불법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확증의 죄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주총에서 퇴진 구호를 외치는 건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주주는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 등 5G 기술 주도를 통한 황 회장의 그간 성과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며 "3년 연속 영업익 '1조클럽'을 달성한 것 자체가 황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