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회장·우리은행장, 경영 의지 적극 드러내채용비리 의혹 휘말린 KB·하나금융 회장 행보 잠잠
  • ▲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 뉴데일리
    ▲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 뉴데일리

    최근 금융사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CEO들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끈다.

주가 부양을 위해 공격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CEO가 있는 반면 채용비리 수사 등 악재를 만난 이들은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8일 주당 4만4750원에 2171주를 장내 매입했다.  

은행장 시절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였던 조 회장은 이번 매입으로 신한금융 자사주를 총1만2000주 보유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다른 금융사 대비 채용비리 의혹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보니 조용병 회장이 과감하게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지난해 KB금융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에 밀려 리딩뱅크 자리를 내주게 됐고, KB금융과 하나금융에 주가까지 뒤처지는 등 굴욕을 맛봤다.

게다가 올해는 금융당국이 도입한 DSR 등 각종 대출 규제로 금융권 전체 수익성 악화가 예고돼있다보니 주가 상승 요인도 많지 않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신한금융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 전략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그룹 자본이득을 높여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배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용병 회장이 내달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중동 등 직접 해외 출장길에 올라 투자 유치를 위해 힘쓸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 조 회장이 책임경영 의지까지 적극 내보이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이달 들어 두 번이나 자사주를 매입하며 공격적인 경영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취임 후 지난 9일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고, 지난 23일 주주총회 이후에도 5000주를 사들이며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우리은행은 예전부터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며 애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해 7월 1만9000원대까지 형성돼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1만4000원 선으로 떨어지면서 저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 이후 경영진 교체, 최근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의 뇌물 혐의 등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지난해 이후 경영진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외국인들이 계속해서 우리은행 주식을 팔고 있고, 3월 주가가 14%나 하락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추가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주가 방어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는 금융지주 회장들도 있다.

실제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월 주식 1000주를 장내 매수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윤 회장의 KB금융 보유 주식은 총 1만5000주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2월부터 KB금융이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리고 있었지만 이와 상관없이 윤 회장이 자사주를 사들이며 책임경영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문제는 지난 1월 이후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KB금융 주가는 지난 1월 12일 6만9200원을 기록한 뒤 현재 6만2000원선까지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일 상승세를 유지하던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 중이나 최근 국민은행 인사팀장이 구속되는 등 악재가 쌓이고 있어 윤 회장이나 경영진이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의 마찰과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인 하나금융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나금융 역시 지난 1월 22일 5만6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계속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현재 주가는 4만6000원대에 형성된 상태다.

하지만 김정태 회장 역시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펼치기 어려워 보인다.

주총 이후 재연임에 성공했지만 최근 하나은행 전직 인사부장들이 구속당하는 등 앞으로 수사 진행 결과에 따라 경영진들 역시 책임을 물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주가가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각 금융사 내부 사정에 따라 CEO들이 제각각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최고 실적 달성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내놓았던 금융사가 올해 적극적으로 경영 활동을 펼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