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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계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4일 현대차그룹에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추가조치를 주문했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린 곳으로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을 타겟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엘리엇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 보통주를 미화 10억 달러(1조5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들의 지분을 모두 합한 총액이 1조원 정도라고 소개했지만, 각 사별 구체적 지분율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와 시작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를 공식적으로 요구했을 당시에는 대량 보유 공시 기준인 5%(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한 직후였다.


    반면 엘리엇의 주장대로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 1조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3사에 대한 지분율은 1.36%에 불과해 각 사에 대한 지분율도 당연해 5%를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과 재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현대모비스에 대한 엘리엇의 적극 개입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핵심인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할 경우 2015년 엘리엇의 개입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이 커질 수 있다.


    2015년 엘리엇은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주식 0.35주와 삼성물산 주식 1주를 교환하는 합병 결정에 대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또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제기하며 합병 절차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최종적으로 삼성 손을 들어주며 엘리엇의 삼성에 대한 공격이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차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행보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삼성물산이 주주권익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특히 소액주주의 권익 보장을 제도화하는 데 엘리엇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당분간 현대차그룹도 엘리엇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모비스 인적 분할 건이 주총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의결권 있는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와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참석, 동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모비스 지분 중 오너측 우호지분은 개인 지분에 기아차(16.9%), 현대글로비스(0.7%), 현대제철(5.7%) 지분을 더해 약 30% 가량이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이 48%에 이르기 때문에 엘리엇이 분할에 반대하며 외국인투자자와 소액주주는 물론 기관들을 움직이게 만들 경우 현대차그룹은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이번 현대모비스 분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출자구조 개편 추가 조치를 주문하고 나선 엘리엇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엘리엇은 경영 전략 변경이나 사업부 매각·분사 등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평가된다.


    특정 주식을 대량 매수해 주요 주주가 된 이후 경영에 적극 관여해 기업과 보유주식의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전략을 펴왔다.


    이같은 맥락에서 엘리엇이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의 지분율 확대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