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 대비 예산 22%·실적 31% 불과토지소유자 간 분쟁 원인… 국토부 "도시재생사업 연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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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지적도에 점·선으로 표시된 토지경계를 수치 좌표로 등록해 토지 소유 분쟁을 해결하려는 지적 재조사 사업이 정부 예산 부족으로 지지부진하다. 사업목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추세면 사업 기간이 40년 더 연장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는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던 무인비행장치(드론)는 아직 정밀함이 떨어져 공공측량사업 투입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13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1975년부터 토지경계를 좌표로 등록하는 수치지적제도를 도입했다.
100년 전 낙후된 기술로 작성된 종이지적은 훼손 등으로 지적불부합지가 생겨 토지소유자 간 경계분쟁의 원인이 돼왔다. 지적불부합지는 지적공부 상 경계와 실제 이용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토지를 말한다.
축척에 따라 도면에 표시된 경계선이 실제 땅 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데다 측량하는 사람의 재량에 따라 경계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축척 1200분의 1 지적도의 경우 경계선 0.1㎜는 땅 위에선 12㎝에 해당한다.
국토부가 파악한 지적불부합지는 전국 3743만 필지의 14.8%에 해당하는 554만 필지다.
국토부는 지적재조사기획단을 설립하고 한국국토정보공사(LX),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2012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총사업비 1조3000억원을 들여 지적 재조사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예산 투입이 여의치 않으면서 사업추진 실적은 저조한 실정이다.
애초 사업계획은 올해까지 전국 155만 필지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전체 대상필지의 28%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업실적은 48만 필지에 그칠 전망이다. 전체 사업목표 대비 8.7%에 불과하다.
사업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사업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다. 지난해 사업계획에는 1015억원이 사업비로 잡혔다. 반면 예산은 150억원으로 14.8%만 반영됐다.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본계획에는 760억원이 잡혔으나 예산은 19.7%인 150억원만 책정됐다. 올해까지 계획된 4225억원 중 22.0%인 929억원만 사업예산이 확보됐다.
지금의 추세라면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추가로 40년은 더 걸릴 거라는 게 국토부의 분석이다.
측량업계 관계자는 "토지소유주 간 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토지경계 재조사 사업이 국민에 체감되는 정도가 낮다 보니 나랏돈 배정이 여의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 사업은 국비 지원이 90%다"며 "앞으로는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해줘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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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거로 기대했던 드론은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적측량은 소유권 다툼이 생길 수 있어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국토부 설명으로는 지적 재조사의 측량 오차 범위는 종이컵의 지름에 해당하는 7㎝다.
드론은 측량결과가 오차범위 안에 들어올 때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드론을 띄워도) 나무나 처마 등에 가려 토지경계를 설정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아직 측량용으로 활용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현장에선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부족과 관련해선 "사업 기간을 줄이고 국비를 아끼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재생사업 지구 내 지적불부합지가 있는 경우 지적 재조사를 병행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