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부터 넉 달째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팔고 있는 외국인이 최근 들어 매수 우위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증권가는 6월 초를 전후로 그간 신흥국 증시에 하락 압력을 가하던 미국 달러화 강세가 둔화하고 금리 인상 우려도 완화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졌던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4개월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 행진을 하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 누적 순매도 금액은 4조209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4개월 연속 코스피 주식을 판 것은 2015년 6∼9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의 매도 행진에는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를 중심으로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추가 금리 상승 우려, 미중 무역분쟁, 상장사 이익 전망치 하향조정,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 편입에 따른 한국 비중 축소, 신흥국 통화위기 등이다.
반면 최근 이같은 흐름이 변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지난 23일부터 3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북미정상회담의 취소 소식이 전해진 25일에도 외국인은 매수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지난 일주일(21∼25일) 동안 566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주간 단위로는 6주 만의 순매수 전환이다.
삼성전자, 현대건설, 셀트리온 등 올해 매도세가 강했던 종목도 다시 매수하기 시작했다.
최근 외국인의 '사자' 전환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5월 의사록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완화적 스탠스가 확인된 영향이 컸다.
연준 위원들은 의사록에서 6월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도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며 통화완화 신호를 주고 있어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여기에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며 금리 상승 우려를 키웠던 유가 상승세도 둔화하자 달러 강세 원인이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내달 초순을 전후로 강 달러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외국인 매수세도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강세는 일시적인 것으로 현재 거의 정점에 왔고 미중 무역갈등, 1분기 유로존과 일본 경기 둔화, 유가 급등 등 그간 달러 강세를 이끈 요인들은 해소 단계에 있다"며 "최근 며칠간 외국인 매수세는 그에 대응한 선취매 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는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등 대표주로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이 그 신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면 정보기술(IT)·반도체를 필두로 금융, 산업재 업종 대형주들이 시장 주도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IT업종의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특히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좋다"며 "이익 증가율이 높고 저평가된 IT·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의 매력이 조만간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