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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다시 한번 경영권을 두고 맞붙을 전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달 말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 회장 및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의 이사 해임 안건 및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 격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번 안건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직접 주주제안안건으로 제출한 것이다. 주총 일자는 29일이나 30일이 유력하며, 장소는 도쿄 신주쿠(新宿) 롯데홀딩스 본사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동빈, 신동주 형제의 롯데홀딩스 주총 표 대결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2015년 7월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지난 4차례의 표 대결에서는 모두 신동빈 회장이 승리하며 경영권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번 주총은 기존 표 대결과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2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부재 상태에서 열리는 첫 주총이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회장이 이사직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며 자신을 이사로 재선임해달라고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상대로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실형 선고 이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는 자진 사임했으나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실형 선고 이후 입장 자료를 통해 " 일련의 위법행위로 롯데그룹에 큰 혼란을 초래해 사회로부터 신뢰를 훼손시킨 신동빈 씨에 대해 신속하게 이사 지위에서도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로는 광윤사(光潤社, 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을 꼽을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광윤사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나 관계사, 임원 지주회는 신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신동빈 회장에게 우호적인 분위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주총이 신 회장이 부재 상태에서 열린다는 점은 악재로 꼽힌다.
그동안 신 회장은 주총 직전 일본에 열흘가량 머무르며 롯데홀딩스 대주주와 이사진들과 만나 경영 의지 등을 강조하고 의혹 해소에도 총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신 회장이 법원에 보석을 신청한 이유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해 신 회장과 가까운 한국 롯데 임원들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들을 대상으로 신 회장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큰 분위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하지만 이번 주총이 신동빈 회장의 부재 상태에서 열리는 만큼,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