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깡' 통해 3년간 국회의원 및 후보자 99명 대상 4억4000만원 기부 의혹"KT, CEO '지시-보고' 없었다… 사실관계 및 법리적 측면 성실히 소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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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황 회장 등 7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황 회장·구모(54) 사장·맹모(59) 전 사장·최모(58) 전 전무 등 KT 전·현직 임원 4명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황 회장 등은 2014년 5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 11억5000여만원을 조성, 이 가운데 4억4190만원을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KT는 19대 국회에서는 의원 46명에게 1억6900만원, 20대 국회에서는 낙선한 후보 5명을 포함해 66명에게 2억7290만원을 후원해 중복자를 제외하고 총 99명의 정치후원금 계좌로 돈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은 시기 등을 따져볼 때 KT가 자사와 관련한 여러 국회 현안에서 유리한 결과를 내고자 후원금을 냈다고 판단했다.

    후원금은 당시 KT와 밀접한 현안을 다루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러 상임위원회에 걸쳐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2015년에는 특정업체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법'이 KT와 관련된 현안이었다.

    2015∼2016년에는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은행법 개정 등 사안에 국회가 관여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후원금을 받은 의원실 가운데 일부는 '알았다', '고맙다'는 반응을 내놓거나, 후원금 대신 자신들이 지정하는 단체에 기부를 요구했고, 일부 의원실은 기업 자금을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몇몇 의원실에선 보좌진이나 지인 등을 KT에 취업시켜 달라고 요구해 실제로 채용이 이뤄진 정황도 포착돼 경찰이 내사 중이다.

    경찰은 후원 계획부터 실행까지 황 회장에게 보고가 됐고, 회장으로부터 일부 지시도 있었다는 임원들의 진술과 문서자료 등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KT 측은 "그동안 경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해 왔다"면서 "CEO는 해당 건에 대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으며, 경찰의 영장 신청 역시 사실관계 및 법리적 측면에 대해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