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 개최 전날까지도 판결 유보황각규 부회장, 쓰쿠다 사장 등 롯데홀딩스 경영진 만나 신 회장 서신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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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의 보석 신청과 관련해 재판부이 판결이 늦어지자, 급한대로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4명의 선발대를 일본으로 급파했다. 오는 29일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신 회장 대신 참석하기 위해서다.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황각규 부회장과 민형기 컴플라이언스 위원장, 이봉철 재무혁신실장, 이태섭 준법경영실장 등 4명은 이날 오후 1~2시쯤 일본으로 출국했다.이들은 이날 오전까지 신동빈 회장의 보석 수용 여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해 결과를 기다렸지만, 정오를 넘겨서도 판결이 나오지 않자 어쩔수 없이 4명만 일본으로 떠났다.롯데 관계자는 “재판부가 늦어도 28일 오전까지는 신동빈 회장의 보석 수용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보석은 재판부의 재량이다. 주총 전날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주총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황각규 부회장 등이 먼저 일본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황각규 부회장 등은 일본에서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 경영진을 만나 신동빈 회장이 작성한 서신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 문건에는 신동빈 회장이 본인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신뢰를 보내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을 이사에서 해임시키는 건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이사로 등재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앞서 신동빈 회장이 위법행위로 롯데에 혼란을 초래해 기업의 신뢰도를 훼손시켰다며 이사 해임안건을 상정했다. 신 전 부회장의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시도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구속수감된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이사 해임안건이 상정되자 지난 12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그는 앞서 열린 항소심 4·5차 공판에서 재판부에 정기주총에 참여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보석 신청을 수용해줄 것을 거듭 호소했다.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을 만나 현재 나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하고 싶다”며 “만약 내가 주총에 나서지 못할 경우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보석이 허용돼 신동주 전 부회장과 대등한 위치에 서고 싶다”고 간청했다.재판부는 지난 25일 형사소송법과 법원 내규 등을 확인해 신동빈 회장의 보석 허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8일 오후 2시가 지난 시각에도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법조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보석을 신청한 인물은 신동빈 회장 뿐이다”며 “재판부가 큰 부담을 느껴 판단 시점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오늘 결정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재계 총수 중 보석 신청이 허용된 이들은 건강악화가 대부분이다”며 “재판부가 신동빈 회장의 정기주총 참석은 보석 허용을 위한 ‘중대사유’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06년 회삿돈 797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됐다. 정 회장 측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내세우며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몽구 회장의 건강과 현대차의 경영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석 신청을 수용했다.아울러 최태원 SK 회장도 보석 신청이 허가돼 석방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2월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및 2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최 회장 측은 건강악화와 고(故) 최종현 명예회장의 5주기 제사 참여 등을 사유로 들어 보석을 신청했다.당시 최태원 회장의 항소심을 담당하던 서울고법 형사6부는 “최태원 회장의 구속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공탁금 1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보석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한편,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07년 일본 롯데홀딩스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기주총에 불참하게 됐다.롯데그룹은 주총이 시작되기 전까지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보석 석방이 결정되면 신동빈 회장이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