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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국내 건설사 회사채시장이 오랜만에 호황을 누렸다. 그동안 공모채시장에서 외면 받던 건설사들이 수요예측 흥행, 거래량 급증 등 재미를 봤다. 다만 하반기 전망에 금리인상 등 여러 악재가 산재해 있는 만큼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지 여부에는 확신이 안 서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용등급 'A'급 건설사인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SK건설 △대림산업 △태영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이 회사채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BBB'급인 한화건설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큰 흥행을 거두면서 회사채를 두 번이나 발행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으로 시작한 한반도 긴장완화가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남북 경제협력과 미국 등 글로벌 투자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이 발행한 '포스코건설 54'의 경우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1427억원이 거래됐다. 같은 기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단일 종목 중 가장 많은 거래를 기록했다.
대림산업의 '대림산업 261-1'도 144억원이 거래됐으며 SK건설도 △SK건설 149 △SK건설 151-1 △SK건설 157 등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모두 100억원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또 '롯데건설 129' 584억원, '현대건설 301-1' 300억원 등도 거래됐다.
A금융투자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들의 회사채 투자 문의가 남북정상회담 이후 늘었다"며 "대부분 건설사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수준이기 때문에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면 기업 신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 건설사들의 회사채 자금조달이 상반기보다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올 들어 두 번째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7월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하반기에도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반면 한은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됐음에도 2017년 11월 이후 한 번도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한은이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인상을 앞두고 올 상반기에도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선 측면이 있어 한동안 발행금리 조건을 올리면서 적극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연초부터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인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에 상반기에 이미 회사채를 사전에 발행하려는 건설사들이 많았다"며 "한은이 다음 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단은 건설사들도 시장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채권 부도 사태와 이탈렉시트(Italexit, 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채권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어가면서 전반적으로 신용등급은 낮지만 안정적인 실적 대비 높은 금리 보장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던 회사채의 경우 여파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상고하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도 건설사 회사채 훈풍이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신용평가 업계 C사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연말에 집행하지 못했던 투자금을 소진하느라 상반기에는 대체적으로 투심이 너그러운데다가 최근 실적 안정으로 개선된 고금리 건설채에 수요가 몰렸다"며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CERCG 사태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부터 'A'등급 아래 건설사들은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