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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가 시작되자마자 국내 자동차업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미국의 자동차 관세 위협과 함께,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도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對)미국 수출 규모가 큰 완성차 제조사들은 눈 앞으로 다가온 관세 폭탄에, 벌써부터 판매목표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이 미국의 관세 부과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된다면 수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수입 자동차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차에도 최대 25%의 관세를 매기겠다 으름장을 놨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 대통령이 자국내 수입되는 품목 가운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을 때 대통령 권한으로 관세를 매길 수 있는 조항이다.
미국은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의 최대 시장 중 하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의 지난해 對미국 수출은 84만5319대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출 253만194대의 약 3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국내 제조사들 중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업체로는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을 꼽을 수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미국향 수출은 30만6935대로 국내 업체들 가운데 가장 많았다. 뒤이어 기아차 28만4070대, 한국지엠 13만1112대, 르노삼성 12만3203대 순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로 미국향 물량이 감소한다면,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이 올해 판매목표를 달성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는 올 초 2018년 판매목표를 467만대로 제시했으며, 상반기까지 224만2900대를 팔았다.
상반기까지 올해 목표의 48%를 채우며 순항하는 듯 했으나, 하반기 미국 관세 위협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관세가 현실화 된다면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올해 판매목표 달성에도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도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 등 국내 제조사들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부 기관에서는 자동차 부품 수출 감소 등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업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국내 자동차·부품의 대중, 대미 수출 감소량은 2000만달러(22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세 방어를 위해 미국 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오늘 오전 서울무역보험공사에서 현대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자동차 232조 관련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강성천 통상차관보는 "자동차 232조 조치가 부과될 경우 우리 수출 및 생산 등에 미칠 영향이 클 수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치밀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수입산 자동차의 미국 안보 영향 보고서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업계가 관련 동향과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고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다음주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대표로 산업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현대차 정진행 사장, 무역협회 한진현 부회장 등으로 구성된 사절단을 미국으로 파견해 미국 정부 및 통상 관련 의원들, 미국 자동차 관련 단체 등을 만나 아웃리치를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