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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사와 조선사들간의 올 하반기 조선용 후판가격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더 이상 적자는 불가하다는 철강사와 아직 인상 여력이 없다는 조선사의 입장이 엇갈리며, 양측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 등 후판 제조사들이 조선업계 하계 휴가가 시작되는 8월 전 협상을 끝내겠다는 방침을 세워,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와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내달 초부터 조선사들이 일제히 하반기 휴가에 돌입하는 까닭에 철강사들은 이달 내로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양측의 입장차는 큰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후판사들은 그간 누적돼 온 적자를 생각할 때 톤당 5만~8만원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유통향 후판가격이 톤당 10만원 이상 올랐지만, 조선향 인상폭은 절반 수준인 5만원 정도에 그쳤다.
철강사 한 관계자는 "후판가격 중 조선용이 제일 저렴하다"며 "그동안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후판가격 인상폭을 최소화 했지만, 이번에는 공급가격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가격을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올해 역시 후판사업은 적자를 피할 수가 없다"며 "가격 인상폭을 기필코 관철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내 조선사들은 후판가격 인상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수주가 서서히 회복되곤 있다지만, 건조원가의 10~20% 수준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을 인상할만한 여력은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사들은 수주절벽에 따른 구조조정도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현재 건조되고 있는 선박은 지난 2016년 수주된 물량이 대부분이라 마진폭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 한 관계자는 "후판 구매비용은 유조선,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선박 종류에 따라 건조원가의 10~20%를 차지한다"며 "원가절감이 절실한 상황에서 후판가격 인상은 조선사들에게 있어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철강사들은 조선사들과 보통 1년에 상하반기로 나눠 2차례 협상을 진행, 조선용 후판가격을 결정한다. 그동안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돼 온 가격 협상은 지난 2016년 조선업황이 급격히 악화된 이후 매번 진통을 겪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협상도 양측이 2개월 가량 팽팽히 맞서며, 4월에서야 타결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협상에서 철강사들은 톤당 10만원 인상을 주장했지만, 조선사들과 기나긴 설전 끝에 톤당 5만원 올리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차가 커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철강사들이 조선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인상폭을 줄일지, 그대로 밀고 나갈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