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제강이 회사의 허리 라인으로 분류되는 차부장급 인원을 20여명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선제적인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이달 초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차부장급 24명에 대해 사직서를 수리했다.
이들 대부분은 팀장 보직을 맡고 있다가 이번 조직개편으로 팀원으로 강등된 이가 다수였다.조직이 개편되면서 보직을 잃자, 회사에 명예퇴직 형식으로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측은 이들의 제의를 받아들여, 24명에 달하는 차부장급 인원이 이달 말로 퇴사하게 된 것.
이를 두고 동국제강은 명예퇴직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으로 사장직에 오른 김연극 동국제강 사장이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사실은 이번 인력 감축을 단순한 명예퇴직으로 보기 어렵다는데 힘을 실어준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개별로 사직한 분들이 대부분이라 정확히 몇 명인지는 인사팀만이 알고 있다"면서 "팀장직에 물러난 차부장급 직원들이 이번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조직개편을 진행하면 이정도 인원은 조정해 왔다"면서 "예년 규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라고 덧붙였다.
동국제강은 지난 1일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김연극 전무는 임동규 부사장을 제치고 동국제강 사장직에 올라,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김연극 사장은 동국제강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인사에서 김 사장이 파격 승진할 때 업계 안팎에서는 동국제강이 조만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연극 사장은 지난해 12월 후판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협력업체를 포함, 550여명에 이르는 인원 중 10% 가량 감축하고 상당수는 전환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동국제강이 차부장급 인력을 대거 정리한데는 실적 부진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은 지난 5월 경영실적 공시를 통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3% 급감한 206억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연초 한파로 인한 건설 공사 지연, 원재료 단가 상승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며, 2분기에는 수요 회복과 함께 원재료 가격 안정화로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동국제강이 2분기 역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동국제강이 2분기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430억원,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1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어려운 경영 환경이 동국제강 구조조정의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회사 내부에서는 이번 인력 감축이 차부장급에 그치지 않고 과차장급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이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이런데도 정부에서는 전기료 인상 등 업계를 궁지로 내몰고 있어 답답함을 감출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