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협의 먼저" 朴 "시장 권한"… 발표 '오리무중'정책 엇박자에 재건축 주민들 '우려' 시장도 '혼란'
  •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와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와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밝힌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방안에 대해 "국토부과 긴밀한 협의가 먼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여의도 개발은 서울시 자체의 도시계획이긴 하지만, 부동산 투기 및 과열 현상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국토부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여의도 일대 재구조화 종합구상(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가 기약 없이 밀릴 것으로 보이면서 여의도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는 마스터플랜 확정 이후 개별 재건축 단지들의 심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인데, 발표가 지연되면서 이들 단지 사업도 그만큼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 시점은 당초 예상됐던 8~9월을 기약하기 어려워졌고 시기 또한 언제가 될 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마스터플랜에는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을 허용하고, 종전보다 기부채납 비율도 높이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가 언제라고 시기를 특정 짓기 어려워졌다"며 "정부와 보폭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의도 도시계획은 전적으로 서울시장 권한"이라며 지연 가능성이 적다고 시사하긴 했지만, 마스터플랜 발표가 부동산시장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국토부와의 일정 조율은 불기파할 전망이다.

    시는 지난 18일 도시계획위원회에 초안 자문을 했고, 보완 작업을 하고 있어서 이르면 다음 달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마스터플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올해 심의에서 줄줄이 보류됐다.

    지난달 20일 열린 도계위에서 시범아파트 정비계획 변경안과 공작아파트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안이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처음으로 심사대에 올랐지만, 심의 보류 판정을 받았다.

    공작아파트 정비계획안은 지난 19일 두 번째 심의에서도 보류 처리됐다.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수립되고 있어 확정된 이후로 넘겨 시 플랜과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도계위 측 판단이었다.

    마스터플랜에 따라 개별 단지들의 재건축 계획이 묶여 움직일 가능성이 큰 가운데 확정 발표 시기도 기약이 없어지면서 여의도 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일부 단지들은 사업 지연을 반대하면서 집단행동까지 나서고 있다. 지난달 시범아파트 주민들은 단지별로 추진 중인 정비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영등포구청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형 여의도 시범아파트 정비사업위원장은 "동 일부가 기울고 금이 가는 등 안전사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국토부와 서울시의 정책 엇박자로 개별 단지의 재건축이 미뤄지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이 크다"며 "하루라도 빨리 일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정부와 시가 엇박자를 이어가자 재건축 사업이 또 다시 표류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여의도동 A공인 관계자는 "여의도 통합개발이 규모가 크다보니 조율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사업이 지체되거나 변경되면 결국 피해는 입주민들이 고스란히 보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B공인 대표는 "김현미 장관이 여의도 개발을 완전히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독자적으로 하지 말라고 시그널을 준 정도이기 때문에 개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다만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 일정이 미뤄지고 이에 재건축 사업이 또 다시 표류하는 것은 아닌지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10일 싱가포르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할 것"이라며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여의도 개발구상을 언급했다.

    이후 일대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수억원씩 오르고 매물이 사라지는 등 과열 현상이 빚어졌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 동향을 보면 서울 영등포구는 전주대비 0.24% 오르면서 서울시내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보고 자리에서 "도시계획은 시장이 발표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 한에 해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며 개발계획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C공인 대표는 "목화아파트 전용 89㎡가 6월 10억85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는 13억원에 물건이 나오고 있다"며 "박 시장 발언에 매매호가가 최소 1억~2억원씩 올랐다가 김 장관 발언 이후에는 오른 채로 정체 상태"라고 말했다.

    D공인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집값 상승 기류에 집주인들이 계속 매물을 들고 있었는데, 이번 주에는 적당한 시점에 나놔야 하는 지 물어보는 주민들도 있었다"며 "매수자든, 매도자든 시장 당사자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최근 국토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는 시민을 위한 소통이 부재된 탓"이라며 "결정된 사항이 아닌데도 발표부터 먼저 성급하게 하는 것은 부동산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권력 다툼이나 소수 월권현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정치적 사안이 충분히 합의된 후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부족한 사항은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