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리스 부채로 인식…선박 빌려쓰는 해운업에 타격 클 전망선사-선박금융기관, 적극적인 소통 필요성…"사전에 조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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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상선
    해운업계가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금융회계 제도를 앞두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고유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현 상황도 암울한데, 새 금융회계 제도가 적용되면 부채비율이 높게 책정돼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2019년 1월 1일부터 국제회계기준인 'IFRS16'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생산·운용설비 리스 계약을 할 때 관련 자산과 부채를 모두 재무상태표(옛 대차대조표)에 표시해야 한다.

    현행 기준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받는 기업은 리스 계약을 맺으면 리스 기간과 리스료 등에 따라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로 분류한 뒤 각각 다르게 회계처리를 한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는 단순 선체용선이나 기간용선은 운용리스의 성격으로 간주해 이를 재무상태표에 잡아두지 않고 매해 발생하는 리스료만을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새로운 회계 기준이 적용되면 그동안 포함되지 않았던 운용리스가 부채로 인식돼 부채비율이 급증하게 된다. 국내 선사의 경우 자본축적의 부족, 금융상의 제약 등 여러 이유로 용선 선박 의존도가 높아 충격은 더 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반면 부채도 함께 증가하게 되는 것"이라며 "국내 선사들의 용선 선대가 전보다는 줄었지만 아직도 상당하기 때문에 부채를 계산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6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IFRS16 도입 시 해운업의 부채증가율은 45%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장기용선계약을 중심으로 리스 부채가 수천억원 이상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인 해운사들의 한숨소리는 깊어지고 있다. 부채비율이 급증하면 이에 따른 신용등급의 하락도 불가피해진다. 불황에서 허덕이는 국내 해운업계에 자금조달 어려움이 커지고 금융부담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1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보유한 선박은 컨테이너선의 경우 54척으로 사선과 용선이 각각 15척과 39척이다. 용선이 전체 선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로 적지 않다. 더군다나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만 37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적자 4000억원에 다다른 상황이다.

    다른 중소형 선사들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상반기 해운업체 6개사의 신용등급 평가를 진행한 결과 신용등급 방향성이 하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대한해운과 흥아해운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고, 상향 조정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하향조정의 주요 원인은 중소형 선사들의 재무안정성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재무부담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새 금융회계제도 때문에 하반기에도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어렵다는 진단이다.

    선사들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회계규정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대책 마련은 미흡한 수준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관련 스터디에 들어간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해운기업과 선박금융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우선 현재 리스계약을 주의 깊게 평가해 적용여부를 판단하고 부채비율에 증가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회계규정 적용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선사와 해양금융공사를 비롯한 선박금융기관 간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희성 KMI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선사와 선박금융기관이 규정 변화의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사전에 조율함으로써 어려운 시기에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선사와 선박금융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