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이어 스마일게이트 출범 공식화… 과도한 업무환경 논란'포괄임금제 폐지', '의사결정 투명성 확보', '합리적 조직문화 구축' 등 요구
  • 국내 게임업계가 최근 잇따른 노동조합(이하 노조) 설립을 두고 향후 미칠 파장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인 넥슨에 이어 대표 중견기업인 스마일게이트까지 연달아 노조 출범을 공식화하면서 업계 전체로 움직임이 확산될 지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양사의 노조 설립이 업계 전반에 자극제로 작용, 그간 내부적으로 문제시된 사안들이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확산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스마일게이트지회(SG길드)는 지난 5일 노조 설립 선언문을 통해 공식 출범을 알렸다. 노조 가입 대상은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를 비롯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스마일게이트스토브 등 스마일게이트 그룹 소속 전 직원이다.

    노조 측은 "회사가 매년 엄청난 매출을 내고 있지만 포괄임금제 속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크게 바뀌지 않았으며, 유연근무제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며 "업계에 만연한 '크런치 모드(고강도 근무체제)'를 워라밸 모드로 바꿔나갈 노조 행진을 이어갈 것이며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합리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스마일게이트 측은 "자사 근로자들의 노조 설립 및 활동을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합법적인 노조 활동은 물론 비노조원들의 다양한 의견도 함께 경청하고 존중해 회사 발전과 구성원들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노조 출범은 지난 3일 게임업계 최초로 노조 설립을 선언한 넥슨에 이어 두 번째로, 그간 꾸준히 문제시돼 온 크런치모드와 함께 포괄임금제에 따른 과도한 업무 환경 등에 대한 불만이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넥슨 노조 역시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야근이 공짜가 됐고 더욱 빈번해진 크런치모드로 장시간 노동의 과로는 일상이 됐다"며 "넥슨 노조의 탄생은 게임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나갈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업계에선 양사 노조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놀라움을 표하는 모습이다. '노조 불모지'였던 게임업계에서 넥슨에 이어 일주일도 채 안 돼 스마일게이트까지 노조 설립에 나서자, 이 같은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특히 양사가 노조 설립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또 다른 게임사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각 게임사 관계자들은 추후 자사 노조 설립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번 사례들이 업계 전반적으로 확산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근로환경이나 복지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업계 특성상 기업 입장에서 완전히 개선이 어려운 문제점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는 만큼 노조의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인 넥슨을 시작으로 스마일게이트까지 노조 설립을 선언한 만큼 평소 같은 뜻을 품고 있었던 타사 관계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입장에서 노조 설립은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지만, 그 목적이나 취지 자체는 직원들의 처우를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나가자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의 사례들이 향후 어떤 식의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지가 게임업계 노조 확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