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경기 용인에 동춘175 오픈물류센터를 복합쇼핑몰로 환골탈태… '쉼이 있는 쇼핑공간'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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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주력으로 했던 기업들의 '탈(脫)패션'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내수 침체와 소비 트렌드 변화가 맞물리며 시장이 정체되자 다양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패션을 벗어나 활발하게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한 곳 가운데 세정그룹이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경기도 용인시에 복합쇼핑몰 '동춘175'을 선보였다. 본업인 패션 사업 외 복합쇼핑몰과 같은 본격적인 오프라인 유통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은 연지 2달여가 넘은 동춘175는 이미 이국적인 분위기와 다양한 문화행사로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
◇쇼핑·휴식·여가·외식 한 번에… 용인 핫플레이스로 '우뚝'
서울 강남에서 차로 40분을 달려 11시께 도착한 동춘175는 오픈 전부터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점심시간을 한 시간 앞둔 이른 시간임에도 구경을 하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동춘175는 부지면적 3888평, 전체면적 2800평 규모로 건물은 'ㄱ'자 형태로 '높은 동' 4층과 '낮은 동' 2층으로 구분됐다.
이곳은 1974년 세정의 1호 물류센터로 시작해 2009년부터는 팩토리아웃렛이 운영돼 온 곳이다. 세정은 쇼핑몰 사업을 위해 큰 비용이 드는 새로운 투자를 하기보다는 기존 물류 센터 부지를 새롭게 단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세정 관계자는 "기존 건물을 다 허물지 않고, 공간 재생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한 업사이클링을 통해 쇼핑, 휴식, 여가, 외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생활쇼핑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낮은 층에 들어서면 천장이 통유리로 둘러싸여 밝은 채광이 비추면서 개방감을 느끼해 준다. 1층에는 80개 소상공인 브랜드들과의 상생 공간인 동춘상회가 있다. 지역사회 소상공인과 신진 작가들이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생활용품 매장이다. 가구·명인명장·식품·잡화·생활·직물 등 800여 개의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2층에 자리 잡은 셀렉 다이닝 고메 175에는 정성을 담은 지역별 맛집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고 같은 동 1층에 위치한 넓은 테이블과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로 소규모 모임 장소로 좋은 브런치 카페 롱브레드와 '매일 아침 굽는 빵'으로 유명한 4.2베이커리가 입점해 있었다.
쇼핑동으로 꾸며져 있는 높은 동에는 입점된 브랜드 수는 타쇼핑몰에 비해 적지만 상권 고객에 특화된 브랜드로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1층에는 세정 브랜드 외에도 여성 의류, 패션 잡화 등 주목받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패션 셀렉트 숍 웰메이드2.0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골프 8학군'으로 잘 알려진 용을 반영해 2층은 골프웨어 존으로 꾸몄다. 3층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세정의 전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아웃렛을 선보였다. 이곳은 해외 아웃렛처럼 브랜드별 사이즈대로 나눠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4층에는 아이들을 위한 '바운스 트인램폴린 파크'가 입점했고 5층에는 루프탑 휴식공간으로 단순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춘175는 '쉼이 있는 쇼핑 공간'을 콘셉트로 '휴식과 여유의 즐거움, 가족과 지역사회와의 어울림,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일상의 소중한 가치를 즐기고 영유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 때문인지 다양한 휴게공간을 만들어 소비자 편의를 더했다. 낮은 동에는 대형 계단식 좌석이 돋보이는 휴식공간과 다양한 서적이 구갖춰진 동춘 도서관은 물론 건물에 구석구석 쉴 수 있는 공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실내에는 공기정화 식물로 채워진 '나아바(NAAVA) 라운지'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도심 속 정원에 온 느낌이었다.
세정 관계자는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온라인상 입소문이 나면서 개장 직후부터 연인과 가족 단위 방문객 발길이 이어졌다"면서 "평일 기준으로 일 평균 약 5000명, 주말에는 약 2배인 1만명의 고객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
◇세상에 없는 쇼핑몰… 박이라 부사장·세정 임직원의 힘
동춘175 사업은 박순호 회장의 셋째 딸인 박이라 세정그룹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미래유통콘텐츠팀을 꾸려 기획 단계부터 경영자와 트렌드 분석팀, MD팀, 공간 전문가가 함께 시작했다.
세정 관계자는 "박 부사장과 함께 세정 직원들은 동춘175에 직간접적인 아이디어 참여 및 디자인 설계 등에 100여 명의 임직원이 참하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적극으로 반영됐다"면서 "대형계단식 좌석과 다양한 서적이 갖춰진 동춘도서관의 경우 직원들이 책을 기증한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부사장은 쇼핑몰의 주 고객이 될 3040으로 보고 세정 여직원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꼼꼼하게 진행하기도 했다.
신혼부부 또는 어린 자녀를 둔 고객들이 많이 사는 용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어린이 시설을 조성해 부모가 아이와 함께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쇼핑몰에서 오랜 시간 체류하며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박 부사장의 생각이 녹아있다.
실제 손님들은 새롭게 들어선 동춘175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이곳을 방문하는 소비자는 쇼핑부터 외식, 놀이까지 한 공간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을 꼽았다.
이현정(33) 씨는 "이 일대에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쇼핑몰이 드물었는데 이러한 고민이 해결돼 반갑다"면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도 많아서 앞으로 자주 방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부사장은 공간 배치와 인테리어 장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의자, 테이블 등 쉽게 구할 수 없는 소품과 의상은 직접 발품을 팔아 공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인상적인 것은 곳곳에는 색색의 원단과 자수기, 옷감 등이 걸려 있다. 유통업에 도전했지만 회사의 모태인 패션업의 의미를 담아내 그룹의 이념과 비전을 보여줬다.
세정은 동춘17'를 시작으로 차별화된 유통 플랫폼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며 장기적으로 라이프스타일 유통 그룹으로 도약할 목표다. 올해는 동춘175의 성공적인 안착에 집중하고 향후 성장성이 확인되면 추가 오픈도 검토할 계획이다.
박순호 회장은 "쉼, 여유, 상생 키워드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가치"라며, "동춘175를 통해 고객에게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의 여유와 휴식을, 소상공인과는 함께 공존하고 발전하는 상생을, 지역사회에서는 협업과 고용창출 등을 통해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