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채권 잇달아 '잭팟'… 한화, 롯데 등 4배 이상 '오버부킹'금리 인상기 기업은 '자금조달', 투자자 안정적 투자처 찾기 나서
  • ▲ 자료사진. ⓒ뉴데일리경제 DB
    ▲ 자료사진. ⓒ뉴데일리경제 DB

    건설사들이 채권시장에서 잇달아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4년여간 이어진 주택경기 호황으로 개선된 영업성적표에 투자처를 찾기 힘든 채권시장 분위기가 겹치면서다. 건설사들 역시 호기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한화건설이 2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에 226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모집에 비해 4.52배에  해당하는 수요가 몰린 것.

    이어 6일에는 롯데건설이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407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300억원어치 발행 예정인 2년물에 1710억원, 700억원을 모집한 3년물에 2360억원이 모였다. 한화건설에는 조금 모자라지만 역시 4배가 넘는 수요가 몰렸다.

    이들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한 데에는 기본적으로 실적과 재무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화건설의 경우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이 169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79억원에 비해 11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5.20%에서 10.57%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한화건설의 영업이익률은 상반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1개 건설사 중 최고 성적이다.

    지난 3년여간 부동산 경기 호황을 타고 영업성적 상승세를 보여 온 롯데건설의 경우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 꾸준히 발생한 수익성이 재무구조에 반영되면서다. 롯데건설의 상반기 유동비율은 151%, 부채비율은 136%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유동비율의 경우 현대엔지니어링 203%, 현대건설 19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화건설의 경우 금리도 한몫했다.

    한화건설이 수요예측에 앞서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채권 희망금리는 연 4.06~4.66% 수준이었다. 최근 실적 개선으로 투자위험이 크게 줄었다고 판단한 증권사 소매판매(리테일) 부서, 자산운용사, 은행 등이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IB(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건설이 BBB급, 건설업 특유의 고금리 매력을 앞세워 자금을 대거 모았다"며 "투자자들이 청약에 참여한 동기는 앞선 두 차례 패턴(고금리)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채권시장 여건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기에 앞서 값싸게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과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으려는 수요자 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투자처 실종에 따라 당분간 회사채 수요예측 시장의 호황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근 해외부동산과 해외채권 등은 환헷지 비용이 늘고 환율변동성 증가로 투자매력이 크게 줄었고, 국내 부동산 등 대체투자 상품 여건이 녹록치 않자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에 나서는 것이다.

    A금융투자 채권 담당 연구원은 "금리 상승기 이전에 값싸게 자금을 조달하려는 의도로, 한화건설·롯데건설 등 건설사뿐만 아니라 우량 회사들이 대거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여기에 국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회사채 투자수요가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채권시장 수급개선으로 당초 계획보다 채권 발행액을 늘리는 기업도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시장에서는 A급 이하 건설사들의 상반기 조달 훈풍 기류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회사채 조달 훈풍은 연초 이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A급 이하 건설사들은 풍부한 회사채 수급을 업고 일제히 공모채 자금유치를 성사시켰다.

    실제로 올해 공모 채권을 찍은 7개 건설사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3.28대 1로, 2012년 수요예측 도입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대림산업이 역대 최대 규모인 3000억원을 성사시킨데 이어 SK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일제히 투자자 모집에 성공한 바 있다.

    B증권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SK건설의 라오스댐 붕괴 여파로 건설사, 특히 A급 이하 비우량 건설사들의 조달 분위기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다"며 "회사채 차환 기업에 더해 조달 환경이 기업에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필요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마련해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