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 10년 숙원사업 눈앞…막대한 경제효과 전망거래소 소유구조 해결하고 주주 및 입법기관 설득 절실도입 이후 안정적 시스템 운영·경쟁력 확보도 과제로
  • 한국예탁결제원이 전자증권제도 시행 1년을 앞두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내년 9월 16일 전격 도입될 전자증권제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스템 구축이지만 제도시행에 따른 시장 참여자·민간기업과의 경쟁력·전산시스템 안정 등의 확보가 필요하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지난 2016년 3월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이 통과된 이후 전자증권제도 도입 추진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운영 중이다.

    남은 1년 전자증권시스템 구축 사업일정을 보면 우선 현재 시스템과 인프라구축 면에서 설계를 완료했고 개발/단위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후 내년 초 통합테스트와 이행테스트가 완료되면 최종점검 이후 곧바로 제도를 도입·실행된다.

    전자증권제도는 실물증권의 발행 없이 전자적 방법으로 증권을 등록 및 발행하고 전산장부상으로만 양도·담보 등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위변조, 탈세, 음성거래 등을 방지할 수 있어 이미 OECD 34개 국가 중 32개국이 도입했다.

    특히 운용비용·기회비용·위험비용 절감효과가 크고 사회적 파급효과를 포함한 경제적 가치는 막대하다.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5년간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직간접 및 산업연관 유발효과를 포함해 총 4조6376억원이다.

    업계는 국내에 전자증권제도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이 10년 전인 2008년이고, 역대 사장들 역시 임기 중 전자증권제도에 목소리를 높여온 만큼 사업을 주도해온 예탁결제원이 내년 9월 시스템을 오픈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제도 도입 이후에 대한 유지 및 관리 측면에서 예탁결제원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예탁결제원의 소유구조 개편 문제가 전자증권제도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전자증권제도는 독점이 아닌 허가제라는 점에서 반드시 한 기관에서만 증권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

    제도 도입과 연착륙 이후에는 민간기업도 언제든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 경쟁체제가 불가피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예탁결제업이 허가제로 운영 중인 반면 한국예탁결제원은 특허제로 운영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중앙예탁결제기관이 예탁결제사와 금융사 간의 통합과 업무 제휴 등을 진행하며 예탁결제업은 독점이 아닌 다수의 경쟁체제가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예탁결제원 역시 기존 독점구조의 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경쟁업으로 전환하는 한편 예탁결제원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거래소와의 독립 이슈는 진전이 없다.

    현재 예탁결제원의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지분 70.43%(739만4849주)를 보유 중이다.

    예탁결제원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거래소와 주주관계 해소에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거래소가 스스로 지분을 정리할 이유가 없다.

    금융당국도 환금성이 어려운 예탁결제원 주식 매각을 인지하고 지분 소유 한도와 처분 시기에 고민을 지속하고 있지만 수년째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자증권 도입 이후에도 새로운 서비스모델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입장에서 소유구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사업 속도와 경쟁력 확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증권 도입과 동시에 경쟁업으로 전환하게 되는 예탁결제원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분구조 정리가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관련법규 정리와 주주들의 전자증권 이용 설득 및 홍보 역시 남은 1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법무부·금융위 주관의 전자증권법 시행령 제정(안)의 입법과 기타 전자증권 등록업무규정 제정(안) 입법 및 대법원 규칙 등 하위 규정 개정(안)도 조속히 마련해 처리해야 한다.

    예탁결제원은 내부적으로 전자증권법 시행령 제정안 작업을 지원해 올해 안에 입법시킬 예정이다.

    주주들의 무관심을 돌리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다.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소유권자가 스스로 전자증권으로 변환하지 않으면 제도 도입에 큰 의미가 없다.

    전자증권제도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예탁결제원 내부와 관련업계는 적극 공감하고 있지만 참여자가 제한적일 경우 효과역시 반감된다.

    특히 직접 실물주권을 보유 중인 개인투자자나 기업의 비율이 14%에 달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자증권 전환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탁결제원은 대국민 홍보를 위한 대행업체를 이달 중 선정해 주주들의 전자증권 전환 독려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수수료체계 개편도 추진해 내년 상반기 수수료에 대한 부분도 확정할 예정이다.

    최근 발생한 '해외 유령주식 사고'를 계기로 자본시장 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해 시장 신뢰도 회복도 과제로 꼽힌다.

    증권회사 매매 시스템이 1차적 문제로 꼽히지만 예탁결제원을 향한 투자자 보호 시스템이 미흡하고, 기술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외 유령주식 사고와 관련해 이병래 사장은 "자본시장 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해 시장의 신뢰도가 저하된 점을 위중하게 생각한다"며 "컨설팅을 통해 객관적 시각에서 종합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법이 공포된 후 4년 이내 시행해야 한다는 조건에 따라 전자증권제도 시행시기를 내년 9월16일로 잡은 만큼 시스템 구축일정과 제반사항 마련 등에서 여유가 없다"며 "시장참가자 모두 공감하고 시행할 수 있는 사업이 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