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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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수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는 당·청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일자리 급감
12일 통계청이 내놓은 8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0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 폭은 올 2월부터 7개월째 10만명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올해 정부 전망치 18만명을 크게 밑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 등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제조업은 조선·자동차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해보다 10만5000명 감소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도 각각 12만3000명과 7만9000명 줄었다.
나이별로는 40대 취업자 수가 15만8000명 줄어 25만9000명 감소했던 1991년 1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통계청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와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40대 취업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는 5만3000명,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각각 18만7000명, 5만2000명 감소했다. 상용근로자는 27만8000명 늘었다. 다만 지난해 증가 폭 46만7000명에는 못 미쳤다.
실업자 수는 113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13만4000명 늘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0%로 0.6%포인트(P) 상승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음식·도소매업에서의 아르바이트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23.0%로 나타났다.
빈 과장은 "우리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인구 증가 폭이 줄었다는 것만으로 취업자 수 부진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전날 경제동향에서 7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의 급격한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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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상황이 악화하는 것에 대해 사용자단체에선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정책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 여건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는 것을 통계지표가 말해주고 있다"며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 간 장벽을 없애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와 관련해선 "기업으로선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이를 해결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해주면 투자가 증가하고 일자리도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정부가 기초적인 경제논리를 간과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최 회장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사용자는 수지타산을 고려해 이득을 보전하는 방법을 찾거나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인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비만 강조하다 보니 숙박·음식점업 등에 종사하는 저소득 근로자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우려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노동 관련 정책의 혜택이 고용불안이 덜한 고임금 노동자에게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기업 경영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정부에)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소비위축 문제를 지적하고 취약한 소상공인업계를 먼저 배려하는 조처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는 거시경제 지표 등을 얘기하며 미래 전망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3조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이 고용 상황의 어려움을 왜곡해 정부의 문제 인식을 둔감하게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소상공인연합회 김대준 이사장은 "일자리 안정자금이 실질 통계를 왜곡하는 역할을 한다"며 "(완충장치를 걷어내면) 고용 통계는 보이는 것보다 더 마이너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고용동향 통계를 부인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영세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도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상황에서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으려고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례를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의 증가로 곡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570만 자영업자 중 120만명쯤은 실제로는 종업원을 두고 있지만, 고용보험 통계에는 빠져 있다"며 "이들이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려고 보험에 가입하면서 통계에 노출되고 있을 뿐인데도 정부는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무관하다는 논리를 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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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뒤늦게 노동 관련 경제정책 수정을 시사했다. 하지만 마이동풍인 청와대 경제팀이 마이웨이를 꺾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8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3000명에 그치고 6월 이후 고용률도 내림세"라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지금까지 추진한 정책에 재점검이 필요할 것 같다"며 "기업과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도록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정책은 속도와 강도를 유연하게 조절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조정 등을 언급했다.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의 궤도 수정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제기할 때마다 청와대 경제팀이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소상공인업계는 일찌감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악화 우려를 전달했지만, 정부는 듣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