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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남북 정상회담 등 올 들어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서 접경지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경기와 강원 북부권에 위치한 부동산이 남북간 평화무드에 발맞춰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다만 부동산 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21일 국토교통부와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양주시·동두천시, 인천 강화군, 강원 속초시·철원군·고성군·양구군 등 북한 접경지역 9곳의 아파트 가격이 지난 1년간 일제히 올랐다. 9곳의 평균 상승률은 5.4%로,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평균 상승률 1.8%보다 3.6%p 높은 수준을 보였다.
북한 접경지 중에서는 강원도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 '남한판' 개성공단을 비롯해 관광특구 등 북한 관련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지난 4월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드는 것과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추진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원평화산업단지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산단은 남쪽에 산단을 만들고 북한의 근로자들이 출퇴근하는 개성공단 개념이다. 이외에도 금강산~설악산 관광특구, 금강산 관광 재개, DMZ 생태평화 벨트 조성을 비롯한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고성의 경우 지난해 3.3㎡당 478만원에서 올해 541만원으로 13.1%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철원은 310만원에서 336만원으로 8.51%의 상승률을 기록해 두 번째로 높았다. 이어 속초가 7.41%, 파주 7.3%, 양구 5.43%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이들 지역에서는 연내 2000가구 규모의 신규분양도 진행된다. 대우산업개발은 양주시 백석읍에 '이안 양주백석'을 공급한다. 전용 59~84㎡, 1572가구 중 314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대양종합건설은 고성에 '고성봉포 코아루 오션비치'를 선보인다. 전용 63~84㎡, 37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북한 접경지는 두 나라 관계 개선 시그널이 나타난 올해 3월부터 토지거래도 좋아졌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강원도와 경기도 접경지 부동산(토지+건축물) 거래는 모두 6254건으로, 전월 4305건에 비해 45% 이상 급증했다.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한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했다. 이후 남북 예술단의 평양 합동공연에 이어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면서 4월은 2000여건 늘어난 6026건이 거래됐다.
이 영향으로 개성공단 길목인데다 경의선이 있어 수도권으로 접근성이 좋은 파주와 철원의 토지거래가 활발히 진행됐다. 파주의 경우 3월 토지거래가 4628필지로,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파주 군내면의 올해 4월 토지거래량은 71건으로, 전월인 3월 16건보다 4배 이상 늘었고, 진동면은 42건으로 같은 기간 2배 이상 증가했다. 군내면의 경우 지가변동률이 27%나 뛰었다.
경기 연천군의 지난해 토지거래 건수는 2384건으로 2016년 2143건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올해 5월 초 입찰한 연천군의 한 임야는 단 한 번의 유찰 없이 감정가 7868만원의 124%인 9770만원에 낙찰됐다. 또 다른 토지도 2012년부터 유찰을 거듭하다가 최근 최저입찰가인 6760만원보다 351만원 높은 7111만원에 낙찰됐다.
이 지역에서는 계약금의 두 배를 웃돈으로 매물을 선점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남북 경협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변수도 존재하는 만큼 부동산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북한 접경지는 단기성 호재로 부동산시장이 좋아졌다고 해서 무조건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며 "10년 이상 중장기 계획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욱 의원은 "남북관계가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접경지역 부동산시장이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과열될 우려가 있다"며 "기획부동산 등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거래에 신중하고, 국토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접경지역 부동산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