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보좌관 채용 ‘이슈 블랙홀’ 작용은행 대출금리 조작해도 징계 여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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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하루 휴식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국무조정실을 시작으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피감기관을 감사했지만, 서민을 위한 논쟁은 없었다.

    오히려 여당 의원 보좌관의 채용 시비로 많은 시간이 허비돼 ‘알맹이 없는 국감’이 됐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공정위 정책자문관 채용 구설수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는 이유는 국정감사 피감기관인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권익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정책자문관으로 채용했느냐다.

    금융위원회는 민병두 정무위원장의 보좌관을,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원식 전 원내대표 보좌관, 권익위원회는 제윤경 의원 측 보좌관을 정책전문관·전문위원으로 채용했다.

    3개 위원회는 올해 정책자문관을 신설, 채용절차에 나섰다.

    정부 기관이 입법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민간 전문위원에게 자문역을 맡길 수 있지만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임기는 3년이다.

    각 위원장은 채용절차에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민병두 정무위원장도 “노태석 정책전문관의 채용 부탁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민 위원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피감기관이 알아서 채용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노 씨가 민병두 의원실 보좌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채용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결국, 국정감사 이틀째부터 매일 채용 문제로 여야 의원 간 공방이 이어졌다. 앞으로 남은 국정감사 때마다 주요 현안은 미뤄둔 채 여야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美 재무부 국내은행 컨퍼런스콜 요청에도 천하태평

    윤석헌 금감원장의 태도도 여야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미국 재무부가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대북제재와 관련해 컨퍼런스콜을 요청했지만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김선동 의원은 “지난 9월 20일, 21일 영일에 걸쳐 미국 재무부가 국내은행 상대로 회의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사안”이라며 “금감원장은 사전에 알았냐”고 물었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은 “국내은행 준법감시인 간담회 한 적 있다”고 말했다.

    성일종 의원도 “미 정부가 우리 금융기관에 자료를 요청했느냐”고 묻자, 윤석헌 원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대북제재를 위반해 제재를 받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은행 폐쇄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폐쇄까지 당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윤석헌 금감원장은 ‘예, 아니요’로 대안없이 짧게 답한 게 의원들의 불만을 샀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답해주지 않자 다른 상임위원회에서도 질문이 나왔다.

    16일 열린 농림축산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손금주 의원은 농협은행의 금강산 지점 재개와 함께 미국 재무부 컨퍼런스콜 내용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내부적으로 UN 제재와 대북제재를 감안해 금강산 재개에 대응하고 있다”며 “컨콜 역시 회의가 진행된 것은 인정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이나 절차를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서민 지갑 턴 은행 대출금리 조작은 논쟁에서 제외

    올해 은행권 최대 이슈였던 대출금리 조작과 관련해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입을 닫았다.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사태는 지난 6월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당시 경남은행, KEB하나은행, 씨티은행 등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한 게 문제가 됐다.

    경남은행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취급한 가계대출 중 약 6%에 해당하는 1만2000건의 대출금리를 과다 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선 이들 은행장을 증인으로 불러세우진 않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대출금리 조작과 관련해 “환급 외에는 제재가 없다”라며 “은행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지난 7월까지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은행들의 제재 여부와 향후 문제점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감독 당국이 시간을 끄는 동안 대출금리는 서서히 오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기준금리는 동결로 유지되고 있지만, 은행들이 채권금리 상승을 이유로 가산금리를 올릴 탓이다.

    오는 1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대출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