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북한산 등 주요산 일대 상권서 방빼불황에 높은 임대료·시장 경쟁 치열한 탓
  • ▲ 아웃도어 와일드로즈 청계산점이 최근 문을 닫았다 ⓒ정상윤 기자
    ▲ 아웃도어 와일드로즈 청계산점이 최근 문을 닫았다 ⓒ정상윤 기자
    등산로 일대 아웃도어 상권에 '공실(空室)' 공포가 커지고 있다. 1층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비어있거나 연일 세일을 진행 중이다. 이곳은 2010년부터 아웃도어 시장이 성장,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매장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내수침체 장기화로 패션업계가 불황 직격탄을 맞은 데다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로 '알짜 매장'마저도 맥을 못 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황에 장사 없다" 등산로 알짜 매장 '철수' 러시

    '아웃도어 1번지'라 불리는 청계산입구역을 둘러싸고 임대라고 써 붙인 건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연달아 건물에 전체 임대 표시가 내걸린 경우도 발견됐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잇달아 철수하고 있어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의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가 최근 청계산점을 폐점했다. 2010년 문을 연 이곳은 48평 규모로 직영 매장으로 운영돼 왔다.

    앞서 K2·노스페이스·네파·밀레 등도 이곳에서 떠났다. 이들은 대부분 건물을 통째로 빌리거나 50평 상당의 1층 전체를 임대해 썼다. 

    청계산뿐 아니라 도봉산, 북한산 등 서울 근교의 주요산 일대 상권도 마찬가지다. 북한산과 도봉산에서도 각각 센터폴·루켄 등이 빠지기도 했다.

    그동안 아웃도어업계가 구매율이 높은 잠정 소비자들의 방문이 잦다는 점을 활용해 등산로 일대에 매장을 오픈했다. 유동인구 대부분이 아웃도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매장이 광고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실제 지하철 청계산입구역부터 등산로 초입까지 약 500m에 이르는 청계산로에는 국내외 아웃도어 브랜드가 20여곳에서 많게는 한때 30여곳이 영업해왔다. 2004년에 문을 연 노스페이스 청계산점의 경우 매년 15%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알짜 매장'이었다.

    아웃도어업계가 등산로 일대 상권에서 알짜 매장까지 빠지는 것은 시장의 위기 상황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은 쪼그라들면서 매출은 줄고 고정비는 증가하는 구조가 되다보니 공실이 많아질 수 밖에 없을 것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산과 청계산 등산로 초입에는 많은 브랜드들이 매장을 열었고 일부 업체들은 자리가 없어서 못 들어가는 상황이였다"면서 "하지만 불황에 아웃도어 경쟁이 심화되고 이 과정에서 점포 임대료까지 크게 인상되면서 매장을 하나 둘씩 접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지하철 청계산입구역부터 등산로 초입까지 약 500m에 이르는 청계산로 아웃도어 상권ⓒ정상윤 기자
    ▲ 지하철 청계산입구역부터 등산로 초입까지 약 500m에 이르는 청계산로 아웃도어 상권ⓒ정상윤 기자
    ◇불황의 무풍지대였지만…  아웃도어 '잔혹사' 언제까지

    아웃도어의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주요 아웃도어 업체들이 아웃도어 브랜드 콘셉트 자체를 변경하며 활로를 모색하거나 아예 철수하는 등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분은 지난 8월 빈폴아웃도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빈폴스포츠로 변경, 아웃도어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활동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기능성웨어로 탈바꿈시켰다. 밀레의 엠리밋도 2016년부터 등산복 위주의 아웃도어와 생활 스포츠를 아우르는 종합 스포츠 브랜드로 전환했다.

    업계에 사업 축소도 이어지고 있다. 2012년 9월 론칭한 세정그룹의 센터폴은 올해 2월부로 사업을 접었다. 네파는 지난해 이젠벅을 철수했고 2016년에는 평안그룹의 오프로드, 패션그룹형지의 노스케이프, LS네트웍스 잭울프스킨이 사업을 접었다. 2015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살로몬, 금강제화 할리 한센, 휠라아웃도어 등이 간판을 내렸다.

    그동안 시장에선 경기불황에 따른 아웃도어 시장 침체와 브랜드의 난립으로 주요 아웃도어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줄곧 제기됐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0년대 3000억~4000억원에서 2014년 7조1600억원 규모로 커졌다가 2015년 6조8000억원, 지난해엔 6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실제 A백화점의 2012년 아웃도어의 매출 증가율은 31%에 달했다. 이후 점점 증가세가 둔화하더니 급기야 지난해엔 1.8%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렇듯 아웃도어업계가 굴욕을 겪고 있는 것은 아웃도어 매출 하락과 유통 구조, 소비자 트렌드 변화와 관련이 있다. 뼈를 깎는 자구책과 강도 높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아웃도어 시장 재편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향후 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며 "한때 불황의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아웃도어 시장이 역성장하면서 앞으로 정체성 없는 브랜드의 이탈이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