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10만명 전수조사 요구 봇물神의 직장 나눠먹기… 교통공사 가족근무 비율 11%
  • ▲ 야 3당 원내대표가 22일 고용세습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데일리
    ▲ 야 3당 원내대표가 22일 고용세습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데일리
    문재인정부의 무리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이 '고용세습'에 악용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극심한 취업난 속 질좋은 일자리로 손꼽히는 공기업,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으나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현재까지 드러난 서울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등의 채용비리가 일부일 수도 있는데 정부의 전수조사 계획 등이 발표되지 않으면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래 지난달까지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자는 10만명에 달한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22일 고용세습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정의당까지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원내에 국정조사 반대하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만 남았다. 만일 국정조사가 열리면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조사다. 


    ◇ 한국가스공사, 감사실 고위 간부 가족이 정규직 전환

    공기업들은 정부주도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임직원의 친인척을 전환 대상자로 끼워넣었다. 인사규정에 명시된 임직원 가족, 친척 우대 채용 금지 조항은 소용없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 8월 비정규직 1203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확정했다. 이들 중 2%인 25명이 기존 임직원의 4촌 이내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규직 전환자 중에는 가스공사 감사실의 고위 간부인 2급 직원의 처남과 여동생이 각각 포함됐다. 이들은 경비, 청소 업무를 맡았다. 친인척이 포함된 사례는 가스공사 본사를 포함해 서울, 경기, 전북, 평택, 대전, 부산, 대구 등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는 올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직원의 친인척이 무려 108명이나 포함됐다.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공사 인사규정에 임직원 가족·친척 우대 채용을 금지한다고 돼 있는데도 전·현직 간부 자녀 14명이 재직 중"이라고 폭로했다.

    또 교통공사 전직 노조위원장의 아들이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보궐선거서 당선한 뒤 그의 선거를 도운 민주노총 교통공사 해고자들이 복직됐다는 의혹도 뒤를 이었다.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은 날마다 추가돼 '서울가족공사'라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교통공사가 올 3월 진행한 '가족재직 현황' 조사 결과, 전체 직원 1만7084명 중 친인척 비율은 11.2%에 달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文 대통령, 정규직 전환 약속한 인천공항 협력사도 '세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첫번째 외부일정으로 인천국제공사를 찾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1만명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그 인천공항 협력사에서도 정규직 전환 과정서 친인척 고용세습은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임직원 친인척들이 알음알음 비정기적으로 채용됐고 1만명 정규직 전환 과정서 또다른 공공기관서 기간제로 일하던 친인척 19명이 정규직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같은당 민경욱 의원은 "인천공항공사 협력사 16곳에서 고용세습 문제가 불거졌는데 부정채용 알선은 23명으로 채용의혹은 24명"이라고 했다. 또 인천공항 협력사 입사자 2명의 모친이 인사 담당자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KPS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임직원 자녀, 형제·자매 등 40명의 친인척을 채용했다. 또 정규직 전환자 240명 중 11명이 기존 직원의 4촌 이내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비정규직에 취업했는지 전환과정서 부정채용이 있었는지에 대한 파악은 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 한전의료재단인 한일병원과 한국세라믹기술원에서도 임직원의 자녀와 배우자 3명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 여론 압박에 뒷북 조사 예고… 국정조사는 글쎄

    정부는 뒤늦게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대응방안책 마련에 착수했다. 다만 이번 이러한 조사가 지난해 하반기에 진행된 대규모 공공기관 전수조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하반기 조사에서 이러한 인사적폐가 적발되지 않았던만큼 명확한 실태 조사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공기업 35곳, 준정부기관 93곳, 기타공공기관 210곳 등 338곳에 달한다. 여기에 근무하는 임직원 수는 32만4천명이다. 여기에 지방공공기관까지 확대할 경우, 숫자는 대폭 늘어나게 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친인척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적발된다면 엄중처리하겠다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정국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고용 세습이 국정조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금껏 국정조사는 국회 관례상 여야 합의로 추진됐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조사를 하려면 권력형, 구조적 비리 문제가 있는지 봐야 한다"면서 "국정감사가 끝나고 국조에 대해 여야 간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