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부채비율 '고공행진'...미래 준비에 투자부담 확대스마트폰 부진 여파… 수익창출 어려워진 부품계열사 '부담 가중'
  • LG그룹의 전자 계열 3사(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가 올 한해 차입금 등 재무 부담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가 집중되며 발생된 부담이지만 일부 사업에서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며 전체적인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LG그룹 전자 계열 3사는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차입금이 모두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통상 위험수준으로 평가되는 200% 수준에 바짝 다가서며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LG전자는 3분기 말 기준 차입금이 11조 5000억 원을 넘어서며 최근 2년 사이 최대치를 나타냈다. 부채비율은 174%로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평균 이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5조 6000억 원 수준이었던 차입금이 올 3분기 말 7조 7000억 원까지 증가했고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 등의 재무안정성 지표도 떨어지는 추세다. LG이노텍도 지난해 대비 차입금이 46% 넘게 늘어 2조 원을 넘어섰다. 부채비율은 위험수준인 200%다.

    LG그룹의 전자 계열사 3인방이 재무적인 부담을 안게 된데는 아무래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에 나선 영향이 크다. 우선 그룹 전체적으로 '마곡시대'를 위한 사이언스파크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공통된 부담이라면 여기에 LG전자는 올초 오스트리아 전장부품 회사인 'ZKW' 인수를 결정하며 1조 원 가까운 지출이 연내에 이뤄질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5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OLED 투자에 더 자금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광저우 OLED 신공장이 최근에서야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 본격적으로 투자에 들어간다. LG이노텍도 광학솔루션사업 라인을 증설하는데 적극 투자키로 하면서 올 한해 투자부담이 커졌다.

    빠르게 변하는 IT업계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진행하는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같은 관점에서 LG그룹 전자 계열 3사도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일을 늦출 수는 없었다. 다만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현금 여력이 관건이 되는데, 최근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영업 현금 창출력이 투자 여력을 상회하지 못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가장 사정이 나은 곳은 맏형인 LG전자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MC사업부가 적자일로에 빠진 2년 여 전부터 재무상태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지만 지난해부터 TV와 가전사업의 프리미엄 전략이 자리를 잡으면서 적자분을 일부분 메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방산업 의존도가 심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두 부품계열사들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진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현실이다. LG전자 외에 글로벌 세트업체들을 대상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삼성을 비롯해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하고 그만큼 캡티브(Captive) 마켓이 없어 고객사 사정에 따른 실적 변동성도 커졌다.

    올해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곳이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에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하반기 들어 수익성이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LCD시장에서의 공급과잉 상황과 OLED로의 사업구조 변환이라는 큰 틀이 변하지 않는 한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신공장 등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야한다는 점이 부담일 수 밖에 없다.

    LG이노텍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메라 모듈 등 광학사업이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최대 고객사인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미국의 애플을 고객으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미 오랜기간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내기란 어렵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