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갈등 탓, 내년 수출 부정적 영향 가능성↑가계부채 증가-서울 주택가격 상승 관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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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인한 수출의 부정적 영향과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불균형 누적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 결정 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 근원물가 동향, 금융불균형 상황 등을 꼽았다.

    한은 금리 결정에 가장 큰 걸림돌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미국 중간선거에 대한 위험은 해소되는 듯 보이나 무역갈등은 악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수출입 규모는 각각 3조9000억 달러, 4조1000억 달러로 세계교역의 22.7%를 차지하며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이다. 양국 간 교역이 위축될 경우 무역 경로와 불확실성 경로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은은 내년 중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이 내년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10%→25%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8%로 크고 대중 수출 중 78.9%가 중간재이며, 중국의 수입 중간재가 수출용으로 사용되는 비중(28.7%)이 미국(16.2%)보다 높아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올해까지는 대중 수출이 반도체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는 등 무역규제 조치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관세부과 대상품목을 감안할 때 전자부품, 화학제품 등에서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무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무역갈등이 세계 경기둔화로 이어지면 피해규모가 확대돼 글로벌 통상여건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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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또 다른 주요인인 금융불균형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증가세 탓에 누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간의 높은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는 상호 영향을 미치며 금융불균형 심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은이 지난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데이터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의 아파트값과 가계대출 간 상관계수는 0.7로 전국 평균 0.4, 경기 0.6, 6대 광역시 0.2보다 높았다. 아파트 거래량과 상관계수도 서울이 0.5로 전국 0.3, 경기 0.3, 6대 광역시 0.1보다 높다.

    서울은 가계대출 비중도 크다. 7월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에서 29.3%를 차지했으며 경기 24.7%, 6대 광역시 22.6%보다 높다.

    가계부채는 정부의 잇따른 대출규제 영향으로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으나 여전히 소득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의 GDP대비 비율이 계속 높아져 2분기 98.7%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수준 자체가 높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증가 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에서도 부동산 관련 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전체 기업대출 증가에서 부동산·임대업 대출 기여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개인사업자 대출에서도 그 비중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기업신용 중 부동산·임대업 관련도 증가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누적된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 운용 시 금융안정에 대해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세계적으로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만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보다 통화정책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통화정책이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물가안정,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안정에 중점을 두는 분리대응 원칙을 주장했다. 반면 국제결제은행(BIS) 등은 신용, 자산가격 등에 대한 통화정책 역량이 확대되고 있어 통화정책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금융불균형 완화에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양측 모두 우선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하고 금융불균형이 확산돼 경제 전반의 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통화정책 대응도 필요할 수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근원물가에 대해서는 실물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하는 성장세를 지속하는데도 상승률이 1%대 초반으로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오름세가 점차 확대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상반된 모습이고 올해 들어 상당폭 확대되고 있는 주요국 근원물가의 움직임과도 다르다.

    한은 관계자는 "근원물가 둔화는 수요측 물가압력이 높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등 품목별 특이요인의 영향이 커진 데 기인한다"며 "향후 근원물가 상황을 점검할 때 거시적 요인과 품목별 특이요인의 전개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