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식 차등 과세로 제조사 변화 유도 … '수익자 부담' 맞춘 설계 필요미래세대 건강권 보호가 핵심 … 10대 당류 섭취 주범 '가당 음료' 줄여야재원 확보 실효성 '불투명' … 타깃 설정한 예방정책 설계 우선
  • ▲ ⓒAI 생성이미지
    ▲ ⓒAI 생성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이나 당류가 과도하게 함유된 식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 도입을 전격 제안하면서 공중보건 정책 차원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의료계도 설탕세 도입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의 뜻을 밝혔다. 다만 확보된 재원의 활용 방식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한 '핀셋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은 28일 SNS를 통해 설탕세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재원을 공공·지역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의 당류 섭취량을 줄임과 동시에 필수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설탕세는 이미 국제 사회에서 검증된 정책 수단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가당 음료와 술, 담배에 대한 이른바 '건강세(Health Tax)' 인상을 각국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가격 정책이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을 줄이는 데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영국은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이후 제조사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제품의 설탕 함량을 자발적으로 낮추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국내 여론 또한 우호적이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설탕 과다 사용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前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은 "비만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은 결국 지역의료 현장에서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관련 재원이 공공·지역의료로 환류된다면 현장 체감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박은철 교수 "재정 확보보다 '소아비만 예방' 핵심 목표여야"

    하지만 이 정책을 단순한 '세수 확보'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음도 나온다.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설탕세 도입 자체는 찬성한다"면서도 "정부의 접근 방식에는 신중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과거부터 비만 유병율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탕세 도입을 주장한 학자다. 

    박 교수는 "설탕세로 걷을 수 있는 재원은 연간 약 2000억 원 수준이다. 대규모 재정 확보가 목적이라면 담뱃세 인상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며 "설탕세의 정책적 지향점은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류 섭취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은 10대이며 주된 섭취원은 탄산음료와 가당음료다. 아동·청소년 비만은 성인 비만과 만성질환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만큼 설탕세는 이 연령대를 겨냥한 예방 정책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논리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부합한다.

    박 교수는 대안으로 영국의 '차등 과세 모델'을 제시했다. 음료 100ml당 당류 함량에 따라 구간별로 세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 모델은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떠넘기기보다 제조사가 제품의 성분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구조"라며 산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세수는 학교 급식의 질 개선, 취약 아동 식사 지원, 비만 예방 프로그램 운영 등에 선택과 집중으로 투입돼야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설탕세를 포괄적인 공공의료 재원으로 쓰기보다는 명확한 예방 목적을 가진 정책으로 확장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논의는 우리 사회가 당류 섭취의 위험성을 본격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설탕세 도입은 비만 인구 억제를 위한 글로벌 트렌드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단순한 증세 수단이 아닌 미래 세대의 건강을 지키는 '예방의학적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