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자동차보험료 금융당국 가격 개입에 업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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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보험료 인하압박에 나서면서 보험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시장 성장 둔화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 속에서 상품 손해율이 치솟고 있지만 정부가 보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시장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는 ‘포용적 성장’을 국정운영 전면으로 내세웠지만 민영보험 상품 가격만큼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케어로 인해 실손보험료가 인하될 여지가 있다며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선 게 그 예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비급여 항목이 급여 항목으로 전환되면 건강보험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급여 항목이 늘어나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최대 25%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9월 공개한 한국개발원(KDI)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실손보험 손해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내년도 실손보험료가 6.15%의 감소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작년 4월부터 판매한 신실손보험료는 8.6%의 인하효과가 발생하고 2009년 9월 이후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료는 6~12%로 낮아지고, 표준화 전 실손도 8~12%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정부 발표 내용을 두고 업계는 보험료 인상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위가 공개한 자료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험료를 인상한 이후 발생할 불이익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도 만연해있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정부 발표 내용을 반영한 인상폭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가 넘는다. 손해율이 100%를 넘어선다는 것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가입자에게 내준 보험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격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하는데 정부에서 가격인상에 제한폭을 두면서 혼란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율이 급등한 자동차보험료 인상에도 제동을 걸어둔 상태다. 올해 손해보험사의 차보험 손해율은 90%를 육박해 자동차보험 영업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5~8%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예의 주시하는 정부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2018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자료를 통해 “일부 손해율 상승요인도 있으나 경미사고 수리기준 확대, 인터넷 가입 확대에 따른 사업비 절감 등 실적 개선요인도 있어 보험료 조정은 다소 제한적일 전망이며 보험료 조정 등은 업계와 협의할 예정”이라며 가격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소비자 물가와 연동되는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을 3~4%대가 적정하다고 보고 있어 손해율이 높은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보험료 조정이 어려울 경우 일부 보험사들은 손해율 관리 차원에서 인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민원이 증가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보험금 원가변동과 자동차 보험료 조정’ 리포트를 보면 손해율이 85% 이상 구간에서 보유계약 10만 건당 자동차보험 민원 건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험금 원가로 볼 수 있는 자동차 수리비 등의 상승으로 손해율 상승폭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가격 개입은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선 감독당국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한 보험사 임원은 “보험료 가격이나 수수료 등의 가격은 시장 원리에 따라 정해지는 게 합리적”이라며 “2015년 금융권에 규제 완화 바람이 불면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보험료 인하도 시도했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보험사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